소소한 일상
병원예약이 있어 제주시로 가던 중이었다. 한라수목원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바깥 차선에 떨어진 무언가가 내 눈길을 끌었다. 까마귀 한 마리가 차도 가장자리에 떨어져 있었다.
차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불구하고 온전한 모습이기에 죽었는지 아님 탈진했는지 알 수 없었다.
혹여 지나는 차에 치일까 조바심이 났다.
우회전하는 길이기에 빨리 달리는 차는 없었지만, 바닥에 떨어져 있는 까마귀 한 마리 밟고 지나가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때였다.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쓰러진 까마귀의 옆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날아온 까마귀는 부리를 벌려 쓰러진 까마귀의 목덜미를 집었다.
영리하게도 인도 쪽으로 끌기 시작했다. 목덜미를 물려 늘어진 까마귀가 인도 쪽 턱에 가까워졌다.
갑자기 경적소리가 났다. 내 앞차가 저만치 가고 있었다.
나는 까마귀의 모습이 눈에 밟혀 천천히 차를 몰았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휘리릭 나타난 까마귀는
쓰러진 까마귀를 구해주기 위해 나타난 것일까?
아님 먹으려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