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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 Jul 07. 2023

지붕위 소나타

팬트하우스

내가 살던 집은 15층 아파트 제일 꼭대기. 어떤 사람은 옥탑이라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펜트하우스라고도 한다.

이사를 갔을 때 사방이 확 트여 있어 낙동강의 끝자락이 보였다. 맑은 날엔 옥상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낙동강 물줄기를 볼 수 있었다. 다락방과 옥상의 공간은 15층 세대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공간이었다. 이사를 가서 제일 먼저 옥상으로 올라가는 간이 계단을 튼튼한 나무 계단으로 짰다. 옥상 공간엔 평상도 짜 두었다. 아버지는 능숙은 목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화분과 흙을 옥상으로 올려 텃밭도 만들었다. 상추랑 고추 치커리 방울토마토등을 심었다. 어린 딸은 다락방에 올라가 풀쩍풀쩍 뛰었고 옥상에선 세 발 자전거를 탔다. 모든 일들이 그렇듯 처음엔 의욕적이었다. 식구들과 친구들을 초대해 고기를 구워먹고, 탁트인 풍경을 보여주고, 감탄하는 일들...      








인간이란 존재가 그러하듯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것이라 해도 가까이 있거나 언제든 볼 수 있다거나 손을 뻗으면 가질 수 있다면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옥상에 꾸며두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해가 거듭될수록 귀찮아졌다. 어느덧 옥상으로 올라가지 않게 되었다. 잘 짜둔 평상의 다리 한쪽이 썩어들어갔으며 심어두었던 식물들은 말라비틀어 졌다. 화분엔 풀만 무성했다. 

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하루하루가 정신없기도 했고, 다락방 천정이 유난히 낮아 짐방으로 쓰는 것 외에 용도가 불충분하기도 했다. 집을 꾸미고, 누군가를 초대하기엔 내 삶의 여유가 없던 시절이었다. 옥상의 공간은 점점 피폐해졌다. 누구도 올라가지 않는 방치된 공간이 되어버렸다.           








“어디 갔다와?”

“옥상에”

내려오는 마지막 계단에서 Y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거기서 뭐했어?”

“그냥 있었어.”

“한참동안 안보이던데? 계속 옥상에 있었어?”

“응”

“옥상에서 뭐했는데?”

“옥상에서 별 봤어.”
 “별이 보여? 어떻게?”
 “엄마 옥상에 올라가면 지붕 있잖아. 경사진 지붕 위에 누워 하늘을 보면 별이 보인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우주에 떠 있는 것 같아.”

“아이참. 먼지 많을건데.. 거기 높은데 어떻게 올라가. 위험하잖아.”

“에이 조심할게. 거기 누워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엄마 마천루가 부럽지 않아. 걱정마셔.”








지붕에 올라가 누워 있다는 Y가 걱정이 되었다.

며칠이 지나 옥상으로 올라갔다. 지붕이 높았다. ‘어떻게 올라갔나?’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락에 올려두었던 낡은 의자를 가져왔다. 의자를 밟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 높은 곳에 올라가니 무서워 다리가 떨렸다. 천천히 앉았다가 지붕 위쪽에 머리를 두고 사선으로 몸을 뉘였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았다. 양팔을 돌려 팔베개를 했다. 깜깜한 하늘이 보였다. 주변의 불빛은 사라지고 작고 희미한 별빛이 보였다. 멍하게 아무런 생각 없이 누워 있었다. 얼굴을 간지럽히는 바람이 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우주속에 나 혼자 둥 둥 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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