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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 Jul 05. 2023

비양도

날아온 섬

애기업은 돌 (호니토)


날아온 섬이라는 뜻과 비양나무가 자라는 섬이라 해서 지어진 비양도는 한림항에서 배로 10분이면 갈 수 있다.

협재 해수욕장에서 정면으로 비양도를 자주 보았지만, 비양도에서 제주를 바라보는 건 처음이었다.

섬의 모양은 원형에 가깝고 중심에 비양봉이 있다. 해안길을 따라 서쪽으로 출발해서 동쪽으로 걷다 보면 펄랑못이 나온다.

팔랑못에 비친 비양도의 그림자는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인간 세상이 아닌 고요하고 성스러운 곳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팔랑못에 비친 비양봉



팔랑못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오른편에 애기업은 돌(호니토)이 보인다. ‘애기업은 돌’은 높이 3m의 돌기둥처럼 바닷가에 우뚝 서 있는데, 신기한 것은 그 속이 텅 비어있다는 것이다. 호니토는 용암이 흘러가던 중 지표면의 식물이나 물기를 머금은 퇴적물 등을 덮쳐 식물이 연소되거나 물이 끓어 생긴 연기와 수증기가 용암을 뚫고 표면 밖으로 뿜어져 나오며 생긴 구조로 알려져 있다.


‘애기업은 돌’의 경우 식물이나 물기가 머금은 퇴적물보다는 얕은 바닷가로 용암이 흘러듦에 따라 용암 밑바닥의 바닷물이 끓어 용암 위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생겼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화재청 참조」




호니토의 다양한 형태를 구경하며 걷다 보면 왼쪽으로 비양봉 오름의 계단이 시작된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대나무 터널을 만난다. 비양도는 대나무가 많았다. 대나무가 많다는 건 오래전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라고 한다. 대나무로 그릇 등의 생활 도구들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현재 비양봉 아래에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으로 돌무더기 집터와 대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비양봉 중턱 대나무 터널을 지나 비양봉의 꼭대기엔 하얀 등대가 있었다. 오르막을 올라가 등대에 다다르면 비양도와 바다와 반대편 제주시와 한라산이 보였다. 구름에 가리어진 한라산 그리고 길쭉한 산등선을 따라 바다에 떠 있는 섬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거대한 돌덩이가 떠 있는 것 같았다. 물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돌덩이와 돌덩이 위에 집을 짓고, 건물을 짓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모습.




하얀 등대에서 섬을 돌아본 후 비양봉을 내려왔다. 비양도 선착장까지 도착하니 돌아갈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보였다. 우리도 그들 뒤에 섰다. 비양도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가 비양봉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6월의 끝자락 비양도는 덥고, 습기가 많고, 부패된 팔랑못으로 인해 악취도 났다. 오름을 오르며 땀이 비 오듯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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