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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 Aug 10. 2023

손 예찬

Hands

로댕은 손과 발에 집착했다고 한다. 그는 손과 발을 스케치하고 조각을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깨뜨려버리는 일련의 과정을 되풀이했다. 그가 손에 두었던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사람이 40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평상시의 표정으로 인해 주름이 만들어지고 주름은 인상을 형성하고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표정들이 그 사람을 만들어가는 것이리라..     






얼굴이 삶의 결과와 연결된다면 손은 인생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창작에서 손은 중요하다. 그림을 그릴 때, 글을 쓸 때, 음악을 만들 때, 음악을 연주할 때 손에서 만들어진다. (특수한 경우 입으로 발로 하는 사람도 있다.)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어떤 인생인지 유추할 수 있다. 농사일을 하며 투박해진 손,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굵고 거친 손, 일을 하는 중 손가락 끝자락이 잘려 나간 뭉텅한 손. 희고 길쭉하고 고운 손. 짧고 통통하며 귀여운 손, 바짝 마른 손, 커다란 손, 작은 손, 보드라운 손, 거친 손....     







감정이 시작되는 순간 또한 손끝에서 시작된다.

손끝이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순간은 키스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어 상대의 손을 잡는 순간.

손을 잡았거나 잡혔을 때 전해져 오는 상대의 따스한 체온과 전기가 찌르르 오는 순간 온몸과 마음을 사로잡는 강렬한 느낌.     






삶이 지치거나 힘들었을 때, 슬픔에 울고 있을 때 잡아주는 손은 어떤 위로의 말보다 마음에 와닿는다.     




손이 마음을 대변해 주는 건 아닐까?



내 삶의 과정이 담긴 손을 내려본다. 특이할 것 없는 손이다. 크고 가무잡잡하다. 바짝 자른 손톱으로 인해 다소 투박해 보인다. 부드럽지도 않고 다소 거칠다.      

나는 나직이 중얼거린다. “무식한 주인 만나 그간 고생 많았구나.. 고맙다. 너로 인해 내 삶이 풍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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