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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선 Sep 24. 2020

내 인생의 도전 목록

50대 한창 도전할 나이


변함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다 보면 도대체 사는 게 무엇인지 갑자기 모든 것이 의미가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그런 나의 일상에 활력소가 되어준 도전들이 있었다.




30대 도전 : 걷기

고작 걷는 게 뭐라고 도전이라고 까지 말할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도 귀찮아하던 나였다. 심지어 어릴 땐 걷는 게 힘들어 소풍도 가기 싫어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스포츠 용품 회사에 다니던 남편 친구가 우리 부부에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선물로 준 것이 시작이었다.

남편은 새벽 일찍 일어나 아파트 주차장에서 한 시간씩 인라인 스케이트 연습을 시작했다. 운동은 싫어하고 아침잠이 많은 나는 매일은 못했지만  따라가서 같이 연습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엔 한 시간은커녕 20분 정도만 타도 힘이 들었다. 중심을 못 잡으니 온 몸에 힘이 들어가고 허벅지도 당기고 무릎이랑 허리 등 안 아픈 데가 없었다.  체력이 늘고 익숙해지면서 인라인 스케이트 타는 게 점점 더 재밌어졌다. 계속했다면 나의 도전은 인라인 스케이트가 되었겠지만 이사를 하면서 탈만한 곳이 없어서 신발장에 모셔지는 신세가 돼버렸다.


새벽 운동에 재미를 느낀 남편은 오후에는 우리 가게에서 어린이 대공원까지 걸어가서 호수 주위로 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호수를 따라 도는 길이 3킬로미터였는데 매일 5바퀴씩 걷고 돌아왔다. 나도 따라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어린이 대공원으로 가서 걷기 시작했다. 

남편은 평지보다 산이 더 좋아졌는지 어느 날부터는 오후에 등산을 서너 시간씩 하고는 산에서 아파트까지 한 시간 넘는 거리를 걸어오기도 했다.


그런 남편을 따라 20년 가까이 걷다 보니 체력도 많이 늘어서 이제 한두 시간 걷는 것은 일도 아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걷기가 생활화되어서 유리한 점이 아주 다. 유럽 여행을 할 때면 하루에 3만 보 이상 걷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뚜벅이 여행을 십여 일씩 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지만 같이 여행하는 딸들은 지쳐도 나는 별로 힘든 줄 모른다.


걷기에는 체력적인 것 말고도 장점이 많은 것 같다.

많이 걸으면서  많이 보고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어서 정신적으로도 훨씬 건강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걷기를 시작한 나에게 칭찬을 해 주고 싶다.





40대 도전 : 댄스

2013년 1월 두 딸과 함께 댄스 학원에 등록했다.

3월에 딸들이 대학에 입학을 하면 친구들과 클럽을 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고등학교까지 공부만 해서 숙맥처럼 구경만 하고 오면 재미없을 텐데 싶어 댄스를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애들한테 권유를 했다.

재미있고 운동도 되니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얘기를 들은 남편이 애들이랑 같이 나에게도 댄스를 배워보라고 다. 40대에 무슨... 한 번 해볼까?

입학하기 전 두 달 정도만 같이  배워보기로 했다.


K팝 댄스 학원!

중고등학생이나  2~30대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회원은 없어 보였다.

원장님은 나이 많은 아줌마의 댄스 도전을 환영했지만 나에겐 고난의 연속이었다.


1시간 수업 중 첫 30분은 준비운동과 스트레칭, 간단한 댄스 동작을 가르쳐주고 나머지 30분은 그 날 배울 K팝 노래의 안무를 배운다. 처음엔 너무 부끄러워서 강사님도 잘 보이지 않는 뒤쪽 구석에 서서 따라 했다.

안 그래도 몸치인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볼 때는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삐걱대는 목각인형처럼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기만 한다. 거울 속에는 그 멋진 안무를 행위 예술로 만들고 있는 내가 보였다.

아이들은 그래도 잘 따라 하고 재밌어했다.


입학 후 학교 생활에 바빠진 아이들은 학원을 그만두었다.  곁다리로 따라 간 나는 7년이 지난 지금주 3일 댄스 학원을 다니고 있다. 최대한 강사님 왼쪽 앞 줄에 붙어서 잘하던 못하던 최선을 다해 춤을 추려고 한다.

몸을 이용해 표현하는 운동을 하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성격도 적극적이고 밝아졌다. 나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댄스가 정말 재미있었다.

남편은 언제 데뷔하냐며 놀려대지만...

오래 하고 좋아한다고 해서 잘하게 되는 건 아니더군요.ㅠㅠ

참고로 우리 딸들은 아직 클럽에 한 번도 못 가봤다고 한다.





50대 도전 : 수영

50살이 되니까 또 다른 도전을 해봐야지 생각한 건 아니다.

단지 놀랍게도 딸이 수영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해서였다.

물을 무서워하는 나를 닮아 딸은 수영을 아주  싫어했다.

나 또한 세수할 때를 제외하고 자발적으로 물에 얼굴을 담가본 적이 없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서핑이 배우고 싶어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단다.


딸을 따라간 것은 수영을 배우려고 한 게 아니라 딸이 혼자 수영장을 가면 아마도 1주일 가고 안 갈 것 같아서였다. 그나마 둘이 같이 가면 좀 낫지 않을까 싶었다.

예상대로 3주는 버텼지만 4주를 채우지 못하고 수영을 못 배우겠다고 했다. 너무 두려워서 수영장 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럼 할 수없지 그만둬야겠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생겼다.

무섭기만 했던 수영이 해볼 만한 것 같았다. 처음엔 물에 뜨는 게 무섭고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 어렵게만 느껴졌다. 호흡과 발차기를 배우고 자유형을 할 수 있게 되니까 점점 수영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수영장으로 가서 1시간 수영을 배우고 다시 집으로 걸어왔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그만큼 상쾌할 수가 없었다.


작년 초부터 시작한 수영이 벌써 햇수로 2년, 실제 배운 시간은 여행과 코로나로 인해 쉰 기간을 빼고도 1년이나 되었다. 젊고 운동 신경 좋은 사람들처럼 잘하지는 못해도 자유형, 배영, 평영 심지어 접영도 조금 하는 수준은 된다.


난 할 수 없을 거야, 도무지 못 할 것 같아.

이렇게만 생각되던 것들이 막상 도전해보니 그건 정말 우리가 못했던 게 아니라 안 했던 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에게 문제가 되었던 건 나이가 아니라 마음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만약 60대, 70대가 된다면 어떤 도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올 초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을 가려고 할 때 주위에서 걱정도 많이 하고 말리기도 했었다. 사실 가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운이 좋아서 무사히 잘 다녀왔다.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모르는 여행의 기억이 지금을 버티는 큰 힘이 돼주고 있다.


여행을 다녀와 3월부터 4개월간은  댄스 학원과 수영장을 갈 수 없었다. 좀 안정이 된 7월부터 댄스와 수영을 다시 배우며 땀을 흘리고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우리에게 얼마나 좋은지, 평범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느꼈다.

 

얼마 전 2차 유행이 시작되었고 학원과 수영장이 또다시 폐쇄되었다. 다들 노력하고 조심하면서 좀 나아지려는 데 다시 찾아온 위기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오죽하면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있을 정도일까.


과연 이 또한 지나갈지...

우리에게 예전과 같은 일상이 다시 찾아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함께 버티고 견디며

그날을 기다려야겠다고...

오늘도 걸으면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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