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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타노 가는 길

2018 이탈리아 :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까?

by 금선



아말피 코스트

좁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달리는 차창밖으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파아란 하늘이 펼쳐진다.

해안가를 따라 작은 마을들이 보였다가 사라지기도 학고 파도가 일렁이는 푸른 바다의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파노라마 같은 그 풍경에 내 마음도 파도치듯 설레었다.

인상 좋은 기사님이 전망이 좋아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말도 안 되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멀리 소렌토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사실 소렌토인지 아니면 이름 모를 다른 마을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다.

그저 우와! 우와! 감탄의 소리만 내며 사진을 찍어댔다.

한 여름처럼 더운 9월 말 아름다운 아말피 코스트를 따라 포지타노로 가는 길이다.

※아말피 코스트 : 소렌토에서 아말피까지 절벽을 따라 이어진 해안도로. 중간쯤에 포지타노가 위치하고 있다.


포지타노 가는 길


포지타노 가는 길

출발하기 전 가장 고민하며 열심히 찾았던 것이 바로 나폴리에서 포지타노로 가는 방법이다.

카 렌트나 남부 투어를 하지 않고 자유여행을 할 예정이고 캐리어가 있어서 최대한 편하게 가는 교통편을 찾아야 했다.


여러 후기에 의하면 나폴리 역에서 소렌토까지 사철을 타고 한 시간 가량 이동 후 다시 버스 정류장까지 이동해서 포지타노행 시타 버스로 갈아타고 또 한 시간 이상 더 가야 한다고 했다. 경비는 적게 들겠지만 무거운 캐리어 두 개를 끌고 더운 날씨에 그 고생을 하고 싶진 않았다. 더군다나 소매치기나 부랑자들이 유독 많다는 소문이 있기도 해서 일찌감치 그 방법은 제외되었다.


다른 방법이 있을 텐데...

산타루치아 항구에서 배를 타고 소렌토로 가서 다시 배로 환승을 하던지 버스를 타던지 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루트도 고생은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포지타노 셔틀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나폴리 역에서 탑승해서 포지타노의 숙소 앞까지 승합차를 이용해 데려다주는 운송 서비스였다.

한 명당 5만 원 정도였고 비싸게 느껴져서 좀 망설였었다.

"다른데 좀 더 아끼지 뭐..."

여행 초반부터 고생하지 않기로 했고 결론은 대 만족이다.

두 시간 남짓을 달려서 드디어 포지타노와 만날 시간이다.





포지타노에 도착해서 처음 느낀 것은...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는 거였다.

절벽을 따라 빼곡히 이어져 있는 이국적인 건물들의 모습, 길을 따라 걸어갈수록 펼쳐지는 푸른 바다의 풍경들, 아기자기하고 예쁜 기념품이 가득 찬 가게 등...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여행 사진에서 하도 많이 봐서인지 내가 한번 와본 적이 있나 싶었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


절벽을 따라 나있는 길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갔다. 해변에 가까워질수록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기념품 가게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관광객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즐거움이 가득했고 활기에 찬 골목마다 레몬향이 넘치고 있었다.

한 여름처럼 더운 날씨에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해변은 하늘인지 바다인지 분간이 안될 만큼 푸르렀다.

예쁘긴 한데... 정말 예쁘긴 한데...

너무나도 관광지 같았다.

해변에 있는 가게는 모든 것이 너무 비쌌다.

가격표에 놀라서 뭐 하나 먹어 보고 싶어도 망설여졌다.

지금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성수기에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오는 걸까? 좀 당황스러웠다

과연 죽기 전에 꼭 와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빌라 델레 팔메 (Hotel Villa Delle Palme)

포지타노에서 정말 좋았던 것은 우리가 묵은 호텔이었다. 오르막길 중간쯤에 위치한 호텔 빌라 델레 팔메.

예약할 당시 성수기가 아닌데도 포지타노에서 30만 원 이하의 호텔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가 예약한 이 호텔은 162유로(약 21만 원) 정도였는데 포지타노에서 가장 싼 호텔이자 이번 여행에서 묵은 숙소 중 가장 비싼 호텔이었다.


좀 일찍 도착한 덕분에 점심부터 먹고 체크인을 하기로 했다. 호텔 1층에 있는 레스토랑은 평점도 좋았고 투숙객은 10프로 할인을 해준다고 했다.

바다향 가득한 봉골레 파스타와 오징어 튀김을 시켰는데 특히 튀김이 바삭바삭 정말 맛있었다.

역시 남부 이탈리아에선 해산물 요리를 잘하는구나 싶다. 10프로 할인을 받았는데도 40유로 가까이 나왔다.

나폴리 물가가 싸긴 했는데...


체크인 후 2층에 위치한 우리의 객실로 들어섰다.

흰색과 파랑으로 이루어진 너무 맑고 예쁜 객실이었다.

마치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보는 것 같았다.

특히 객실의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에 우린 말문이 막혔다.

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라니!!

오늘 본 풍경 중에 여기서 보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다.

호텔 빌라 델레 팔메의 객실
호텔 발코니에서 보이는 포지타노 풍경

조식은 식당에 내려가 먹을 수도 있고 체크인할 때 미리 말하면 아침에 객실로 가져다 주기도 한다.

우리는 당연히 테라스에서 먹을 거라고 신청했다.


다음날 테라스에서 앉아 아침의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조식을 먹는 기분은 뭐라 말할 수 없이 낭만적인 경험이었다. 빵도 고소하고 다른 음식들도 모두 신선하고 맛있었다.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꼭 이 호텔에 숙박해야겠다.

포지타노까지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호텔이라니...

좀 슬퍼지려고 했다.





조금씩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미리 봐 두었던 레스토랑으로 가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테라스 좌석에서 보는 야경이 그렇게 멋지다고 한다.

관광객이 빠져나간 포지타노는 조용하고 고즈넉했다.

화려한 쇼타임이 끝난 뒤 불 꺼진 무대를 보는 것 같았다.

미라주 레스토랑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며 황혼이 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어느덧 하나둘씩 불빛이 켜지면서 보이는 풍경에 우리는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다.


어둠에 잠기던 절벽에 불빛들이 별처럼 반짝이며

산 그림자가 드리워진 바다 위에서 일렁이며 춤을 추고 있다.

절벽마을과 바다가 어우러진 야경의 모습은 마치 환상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아직은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다시 막이 오르고 마지막 앙코르 무대를 보여주고 있었다.

포지타노의 밤은 낮보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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