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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타노의 새벽

2018 이탈리아: 이 곳에 오길 잘했다.

by 금선




역시 새벽 일찍 눈이 떠졌다. 나폴리에서 무서웠던 기억이 생각나서 잠시 멈칫했지만 조용히 숙소를 벗어났다

평소엔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여행을 오면 항상 일찍 일어난다. 시차 적응이 안돼서 그런 건가?


작은 호텔 로비의 무거운 현관문을 밀고 나가보니

새벽의 냄새를 담은 찬 바람이 불어온다.

여름 같던 어제의 날씨가 무색할 지경이다.

어스름한 좁은 길 앞에 서서 어디로 가 볼까 생각해 보았다. 밤늦게까지 음악이 흘러넘치고 불빛이 비추던 마을은 이제 안갯속에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날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했던 길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해가 떠오려는지 안개가 걷히고 수평선을 따라 구름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던 스폿은 이제 전부 내 차지가 되었다. 예쁜 건물들 사이로 난 좁은 계단이나 특이하게 생긴 간판도 찍어본다.

산도 찍어보고 바다도 앵글에 담아보았다.

가끔 한 명씩 옷깃을 여미며 지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른 아침부터 어디로 출근하는 가보다.

그렇지...

나는 여행자이지만 이들에게는 여기가 일상이구나.

일상이지만 특별한 이곳에서 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해가 떠오르는 모습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자유롭다, 자유롭고 행복한 여행자이다.

아! 나는 이걸 보려고 여기까지 왔구나.

갑자기 엄청난 감동이 나를 덮쳐 왔다.

지금의 포지타노는 눈물 나게 아름다웠다.


이 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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