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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대마도 여행 2편

맹금류의 재습격!

by 금선



"한 마리만 더 잡고 회 떠줄게~" "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 대마도 이즈하라의 방파제.

오랜만에 둘이서 온 여행이라 궂은 날씨에도 신이 났다



낚싯대를 갖고 수 없어서 가방 안에 넣어 온 줄낚시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약하게 내리는 비 때문에 여름인데도 그리 덥지는 않았지만 미끄럽기도 하고 시야도 좋지 않았다.

자꾸 복어가 미끼를 떼어먹어서 낚시도 쉽지 않았다.

복어가 많으면 다른 고기들이 입질을 잘 안 하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에도 거의 열 마리 정도 물고기를 잡았다. 지나가던 현지인도 많이 잡았다며 엄지를 치켜들어주었다.


우리는 ㄷ자처럼 생긴 방파제 한쪽에서 낚시를 했었는데 낚시를 하는 이쪽 방파제는 바다와 직각으로 되어 있었다.

몇 개의 계단이 나 있어서 그쪽으로 내려가서 바닷물에 도마나 칼을 씻을 수 있는 맞은편 방파제로 가야 회 뜨기가 수월했다. 남편은 잡은 물고기를 갖고 반대편으로 가서 회를 뜨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니까 나는 줄낚시로 계속 낚시를 했다. 바닥에 바늘이 걸려 그만하기로 하고 회 뜨는 걸 구경하러 가야겠다 싶었다.

열심히 낚시하는 남편의 모습


천천히 반대편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커다란 까마귀 한 마리가 뭘 쥐고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어? 까마귀가 회를 쥐고 가네?
.....
뭐! 눈을 의심했다!

마치 영화 속 슬로모션 장면처럼 까마귀 한 마리가 발톱으로 움켜쥔 잘 손질된 회 한 점이 눈앞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순간... 9년 전 대마도에서 보았던 맹금류들이 떠올랐다!

이즈하라에는 유난히도 맹금류들이 많았었지!


안돼!!

이미 남편 근처엔 서너 마리의 맹금류들이 배회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손질해둔 회를 향해 날아드는 매 한 마리가 보였다!!

나는 큰소리로 안된다고 외치면서 필사적으로 달려갔다.





물고기들을 손질해서 포를 떠 씻어서 가지런히 놓아두었다. 물기를 닦아내고 먹기 좋게 썰기만 하면 된다. 도마와 칼을 씻어야 하는데 손질한 포를 가지고 내려갈까 잠시 고민했다.

금방 올라올 텐데 뭐...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는 까마귀 한 마리가 보였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다.

다시 계단으로 내려가 바닷물에 도마와 회칼에 묻은 비늘과 내장 등을 씻어내고 올라올 때였다.


멀리서 아내가 고함을 지르며 달려오는 게 보인다.

손을 마구 흔들면서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뭐지? 큰 물고기라도 잡았나? 그렇게나 먹고 싶은가?

그런데 표정이 너무 다급해 보였다. 도대체 왜?


그 순간... 앗!

바로 옆에서 날갯짓 소리가 들렸고 커다란 매 한 마리가

손질해둔 회들을 후드득 흩트리며 스쳐 날아갔다.


남편이 들려준 그 순간의 이야기다.





안돼!!

내 고함을 듣고 날아들던 매가 놀란 나머지 서둘러 고기를 향해 더욱 빠르게 날아들었다. 급해서인지 한 점의 회도 낚아채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고 날갯짓에 부딪혀 삼분의 이 가량의 회가 그만 바닷물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남편은 놀라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급하게 남은 회라도 보호하려고 달려가 막아섰다.

아... 큰 것만 다 떨어져 버렸네... ㅠㅠ


"맹금류들은 사람이 있으면 달려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까마귀가 한 점 물어가니까 자기들도 먹고 싶었나 보다."

방금 전 에피소드와 지켜낸 회를 안주삼아 가져온 소주를 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바다는 평온하게 일렁였다.

"지난번 갈매기는 실패했는데 그래도 까마귀는 성공했네~"

가늘게 내리는 비를 맞아가며 우리는 서로 웃고 말았다.


짠! 역시 여행은 낮술이지~~


필사적으로 지켜낸 회

2018년 여름휴가 때 일이다.


11년 전 처음 대마도 여행을 다녀온 뒤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여러 번 대마도 여행을 갔었다. 부산에서 가까워 적은 경비와 짧은 시간에 다녀오기 좋은 여행지였다.

하지만 둘이서만 여행을 간 것은 그때가 두 번째이고

이제는 마지막 대마도 여행이 되었다.


작년 일본의 일방적인 무역제재와 적반하장의 태도에 우리도 일본 불매운동에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도...

코로나 때문에 여행은 이제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다.

모두 힘든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가길...

간절히 바라본다.


좀 안 좋은 사건이나 기억도 있었지만...


우리 두 사람이 함께 했던 순간, 추억들, 깨끗한 공기, 낚시, 그리고 그 날의 비 내리는 바다의 풍경

이 모든 모습들은 한 여름밤의 꿈처럼 영원히 아름답게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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