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가방과 아이스박스 옷가방 등 짐이 많았는데 그중 아이스박스 안에 소주가 가득 들어있었던 것...
2009년 1월 말 오랜만에 남편과 단 둘이서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겼다. 부산에서 가까운 대마도로 가기로 했다. 여행사에 문의해 보니 대마도 여행은 패키지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는 자유여행을 하고 싶었기에 배편과 호텔만 여행사가 예약해주고 나머지 경비나 식비, 그리고 일정은 모두 우리가 알아서 하기로 했다.
부산에서 배로 두 시간 반 걸리는 이즈하라에서 2박을 하고 대마도를 가로지르는 버스를 타고 히타카츠로 가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다.
우리가 묵을 대아호텔은 이즈하라 시내에 있는 게 아니라 거의 산 꼭대기에 위치해 있었다.
많은 짐과 낚시 가방, 아이스박스를 남편 혼자 지고 메고 거의 30분 이상 등산을 해서 호텔에 도착하니 추운 겨울 날씨에도 남편은 온통 땀투성이였다.
택시를 타고 왔어야 했었어...ㅠㅠ
"픽업 서비스를 신청했으면 데리러 갔을 텐데 여기까지 걸어오셨어요?" 체크인해주던 직원이 말했다.
헐! 호텔에 픽업 서비스가 있었다니...
여행사에선 아무 말 없었는데... 사서 고생을...
이즈하라 대아호텔
대아호텔은 산 위에 있어서 경치도 좋고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어서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는 아주 좋은 호텔이었다.
단지 시내에서 멀고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게 단점이었다.
객실은 싱글 침대 두 개만 달랑 놓인 아주 아주 작은 트윈룸이었는데 각자 침대에 앉으면 무릎이 닿을 정도로 좁은 방이었다. 대마도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라더니... 심지어 냉장고도없었다. 일단 겨울이니까 객실에 딸린 테라스를 냉장고 대용으로 쓰기로 하고 가져온 소주들과 김치 등을 내놓고 이즈하라 시내로 다시 내려갔다.
이즈하라 시내
시간이 늦어 낚시는 다음날 하기로 하고 저녁을 먹고 시내 구경도 하기로 했다.
이즈하라 시내 이자카야에서 저녁 삼아 꼬치와 사케 한 잔 하고 마트에 들러 안주거리를 사서 호텔에서 2차를 하기로 했다. 물론 돌아갈 땐 택시를 타고 갔다.
이즈하라 쇼핑몰 티아라
티아라몰에 있는 마트
좁은 방 각자 침대에 앉아 화장대 의자를 테이블 삼아 안주를 놓고 소주를 마셨다.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하며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우리 부부는 학교 다닐 때부터 둘이서 낚시를 다니거나 같이 술을 마시는 걸 좋아했다.
술을 아주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술을 한 잔 놓고 함께 대화하고 공감하는 그런 순간들이 나는 너무나 좋다.
결혼 10주년엔 남편과 아주 멋진 곳으로 해외여행을 가야지 생각했었는데... 벌써 16주년째.
둘이서 처음 간 해외여행이 대마도라니...
하지만... 그때 대마도에서의 추억은 아직도 잊지 못할
아주 멋진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디를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순간이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 가장 멋진 추억으로 남는 것 같다.
몇 병이나 마셨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소주를 14병 가져갔었는데 첫 번째 날 절반 이상은 마셨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