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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대마도 이야기
첫 번째 대마도 여행 2편
맹금류의 습격!
by
금선
Aug 28. 2020
남편은 아침 일찍 낚시하러 나간 것 같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니까...
좀 있다 돌아온 남편이 소주 한 병을 챙기며 말했다.
먹을 만큼 낚았다며 회를 떠주겠다고 갯바위로 가자고 한다.
밀물이 들면 갯바위 사이 움푹 파인 부분에 자연스레 연못처럼 물이 고이고 썰물에 물이 빠지면 천연 수족관이 생기는데 거기에 낚은 물고기를 잡아 두었다고 했다.
아싸! 모닝회를 먹을 생각에 신나서 따라나섰다.
호텔 뒤쪽으로 이어진 숲길을 따라 내려가니 남편이 낚시했던 갯바위가 내려다 보였다.
그런데... 뭔가 좀 싸한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갯바위 주위에는 수십 마리의 독수리나 매, 솔개 등 맹금류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니고 있었다.
전 날 대마도에 도착해보니 평소 보기 힘들었던 맹금류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 많진 않았다.
마치 히치콕 영화 '새'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서둘러 내려가 보니 우리의 수족관에는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없었다!!
녀석들이 범인인 것 같다. ㅠㅠㅠ
황당하고
허탈했지만 다시 마음을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
한 마리 한 마리 낚을 때마다 주위를 맴돌며 호시탐탐 노리는 맹금류들을 경계해야 했다.
겁을 주듯 가까이에 낮게 날아왔다 올라가는 녀석도 있었다.
몇 마리를 더 잡고 드디어 회를 떠서 먹어볼 시간이 왔다.
난 수족관(?) 옆에서 망을 보았고 남편은 회를 뜨기 시작했다.
남편이 포를 뜨고는 대가리와 껍질을 바다 쪽으로 던졌다. 하늘에서 맴돌며 기회를 보던 맹금류들 중 한 마리가 쏜살같이 내려와 낚아채갔다.
또다시 던지면 수십 마리의 맹금류들이 서로 날아들며 한 마리씩 낚아채가길 반복했다.
남편은 동물의 왕국을 눈 앞에서 보는 것 같다며 아주 재미있어했지만 나는 수많은 새떼들이 너무 무서웠다.
마지막 한 마리를 손질하고 있는데 갈매기 한 마리가 바로 앞바다 위에 동동 앉아 있었다. 안돼 보였던지 남편이 갈매기에게 마지막 껍질을 던져 주었다. 갈매기는 잽싸게 잡아채 맹금류들을 피해 멀리까지 날아서 도망갔다.
갑자기 두 마리의 맹금류가 따라붙기 시작하더니 양쪽으로 협공하며 몰아붙이듯 쫓아갔다. 한참을 도망치던 갈매기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물고기를 놓아버리고 달아났다.
마침내 두 마리중 한 마리가 그걸 낚아채가며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우와!! 숨을 쉴 수 없었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방금 전 목격한 사건들에 대해 얘길 하며 갓 잡아 싱싱한 회와 소주 한 잔을 즐겼다. 그 와중에도 새들이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 같아 경계를 늦출 수는 없었다.
담날은 새벽부터 버스를 타고 3시간을 이동해 히타카츠로 가야 했다. 점심만 먹고 바로 부산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정말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벌써 11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
날의 대마도를 생각하면 곧 덤벼들듯 무리 지어 날아오던 맹금류들의 모습이 선하다.
그와 대비되어 반짝이던 바다의 모습도... 우리의 추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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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선
여행의 추억을 글과 그림으로 다시 기록해 봅니다. 일상은 게으르게, 스트레스는 받지 않기, 하고싶은 일은 부지런히, 매일 매일 자신에게 충실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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