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 대성당 근처 누에바 광장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알바이신 지구의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공터 같은 곳이 나타난다.그라나다에서 알람브라 궁전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뷰포인트인 니콜라스 전망대가 바로 그곳이다. 언제나 관광객들이 많은 편이지만 해질 무렵 전망대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모두 건너편 알람브라 궁전의 모습과 그 벽으로 비치는 노을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니콜라스 전망대
알람브라 궁전 내부 관람은 다음날 오전으로 예약되어 있어 오늘은 알바이신 지구에서 일몰과 야경을 보기로 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해가 지기 전 니콜라스 전망대로 갔다. 이미 일몰을 보기 위해 낮은 담벼락 위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전망대에 들어서서 알람브라 궁전 쪽을 바라본 순간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가이드북이나 사진으로 많이 봐서 아는 풍경이니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실제 눈앞에 나타난 것은 상상했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니콜라스 전망대에서 본 알람브라 궁전
황톳빛을띠고 있는 궁전 요새의 벽을 생명이 다하기 전 마지막 불꽃을 피워내는 듯한태양이붉은빛으로가득 물들이고 있었다. 마치 나스르 왕조의 화려한 전성기와 몰락을 다시 보여주는 듯하다. 찰나의 꿈처럼 스러져갈 노을의 모습이 영원하지 않아서 더 아름답고 슬프게 느껴졌다. 이렇게아름다운 궁전을 두고 물러나야 했던 무어인들의 마음은 어떠했을지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파도처럼 덮쳐오는 감동에 우리는 아무런 말도,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알람브라 궁전 (사진 : pixabay. com)
내 폰 사진은 이 장면을 오롯이 나타낼 수가 없다. 그저 눈으로 간직해야겠다고, 사진으로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풍경이라고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을 접는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서서 잠시 바라보다 전망대 바로 옆의 카페를 찾았다. 알람브라궁전을 보기 좋은 테라스 자리에 앉아서 맥주 한 잔을 시켜 놓고는 어둠이 찾아오기를 기다려 보기로 한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새콤한 올리브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밤의 장막 속에 홀로 빛나는 알람브라를 하염없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