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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선 Nov 25. 2020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여행하기

바르셀로나 도심 여행 2편



람블라스 거리(Las Ramblas)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의 감동을 가득 안고서  람블라스 거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둑어둑 해가 지기 시작했다. 양쪽으로 늘어선 가로수 사이로 이어진 길을 따라 수많은 여행자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거닐고 있었.

람블라스 거리 (출처 : pixabay. com )

람블라스 거리(Las Ramblas)카탈루냐 광장 남쪽에서 시작해 콜럼버스 동상이 있는 포트 벨까지 1.2km나 이어져 있는 보행자 전용 도로이다. 항상 전 세계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으로 보케리아 시장, 레이알 광장, 구엘 저택, 리시우 극장 등 여러 관광지가 가까이 있다.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가다가 오른쪽을 보면 낮에 가지 못한 보케리아 시장이 나온다.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고 했는데 벌써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았다. 어디를 가나 시장 구경은 재미있지만 군데군데 닫은 곳도 많고 배도 고파서 잠시 둘러보고는 우선 저녁식사부터 기로 했다.


보 데 보케리아(Bo De Boqueria)

오늘 우리가 먹을 메뉴는 스페인의 대표 음식인 빠에야이다. 보케리아 시장 근처에 구글 평점 4.5점에 빠에야가 맛있다는 '보 데 보케리아'가 있다. 좁은 골목에 위치한 가게는 밖에서 보기에도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Bo De Boqueria 입구
해산물 빠에야
감바스 알 아히요

다행히 해가 졌는데도 춥지 않아 친절한 주인의 안내를 받아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해산물 빠에야와 감바스 알 아히요, 그리고 맥주를 주문해 먹어보기로 했다. 감바스는 먹어본 적이 있지만 빠에야는 처음 먹어 보는 거라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발렌시아 전통 요리인 빠에야는 넓고 납작한 팬에 고기와 해산물, 채소를 넣고 볶다가 쌀과 샤프란을 넣고 익힌 음식인데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잘 맞다고 한다. 조심스레 한 입 먹어보니 약간 꼬들꼬들한 식감의 쌀과 해산물의 맛이 절묘하게 어울려 정말 맛이 좋았다. 짜거나 설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적당히 잘 익었고 입안에 감칠맛과 약간 매운맛이 느껴진다.  바르셀로나에 와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물론 새우를 올리브 오일에 마늘과 함께 볶은 감바스의 맛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적지 않은 양이었지만 둘이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이 식당 정말 빠에야 맛집이다!




맛있게 배를 채우고 기운을 내 다시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걸어가 보기로 한다. 밤은 더 깊어가는데 거리는 오히려 더 밝아지는 것 같았다. 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이 가로등 사이로 조명을 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많은 여행객들이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앉아 있다.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분위기에 젖어 우리의 마음도 어딘지 모르게 들뜨는 것만 같았다.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남쪽으로 조금 더 걷다 보면 왼쪽으로  레이알 광장이 나온다. 언뜻 보면 찾기가 쉽지 않은데 광장 입구가 트여있지 않고 건물의 아치형 입구로 들어가야 볼 수 있어서이다. 넓지 않은 광장 주변엔 맛집과 카페가 둘러싸고 있다. 근처 '타란토스'라유명한 플라멩코 공연장도 있지만 우리는 세비야에 가서 공연을 볼 예정이라 패스하고  광장에서 가장 유명한 가우디의 첫 작품인 가로등을 보러 갔다. 1879년 바르셀로나 시가 주최한 공모전에 당선된 것이라 한다.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곳이라고 하니 우리도 앞에서 열심히 포즈를 취해 본다.


레이알 광장


고딕지구 야경 투어

레이알 광장 한 편에 있는 골목을 따라 고딕 지구로 걸음을 옮긴다. 전문 가이드가 있는 건 아니라서 둘이서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가며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듯한 거리의 모습을 감상해 보았다. 어느 순간 현재가 아닌 과거의 어떤 시점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높은 돌벽, 좁은 골목, 어두워진 거리로 가로등 불빛이 긴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 바르셀로나의 고딕지구에서 '파트리크 쥐스킨트' 원작의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촬영되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해주니 소설을 좋아했던 딸은 그런 줄 몰랐었다며 놀라워했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르게 중세 파리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도 같다. 정말 영화와 같은 그런 일들이 있었을 법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골목을 따라가니 베네치아의 탄식의 다리와 비슷한 구름다리도 만나게 된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바르셀로나 대성당으로 찾아갔다.


비스베 거리의 구름 다리

예전 로마 제국의 탄압에 저항했던 바르셀로나의 성녀 '에우랄리아'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는 바르셀로나 대성당.

처음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바르셀로나의 대성당인 줄 알았었는데 대성당은 이곳 고딕지구에 있었다. 뾰족한 첨탑과 아치형 창문 등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대성당은 전형적인 성당의 아름다운 건축의 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밤이라 성당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주변 광장과 골목 주위를 둘러보았다. 성당 앞 광장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보였다.


딸과 둘이서 고딕지구를 둘러보려고 할 때 가장 걱정되는 건 치안 문제였다. 워낙 소매치기나 인종 차별 등 악명이 높아 다른 사람들처럼 투어를 신청해야 할까 싶었는데 조심히 다녀서 그런지 소매치기는 만나지 않았고, 생각보다 많은 여행객들이 있어서 그리 무섭지도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둘이서 여유 있게 감상하면서 돌아다닐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바르셀로나 대성당 (출처: pixabay. com)

이제는 내일의 새로운 여정을 위해 돌아갈 시간이다. 아직 보지 못한 여행지들은 아쉽지만 포르투까지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바르셀로나에 돌아와 마저 가보자고 서로 기약을 해본다. 3박 4일 일정이지만 도착하는 날과 내일 떠나는 날을 빼면 단 이틀밖에 안 되는 짧은 여행이다. 그래도 나름 가우디 투어와 고딕지구 투어를 무사히 해낸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이 든다. 컨디션이 나쁜데도 엄마를 잘 따라와 준 딸도 대견하다. 그리 많이 못 걸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27,000보 넘게 걸었다. 오 대박!

스페인 여행의 첫 번째 도시 바르셀로나의 멋진 하루였다.

내일 갈 그라나다의 여행도 너무 기대가 된다.


수고했어 딸! 앞으로도 잘해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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