첵랍콕 국제공항의 관문에서 막힌 혈을 뚫기 위해 케이블카를 타고 옹핑빌리지(昂坪, Ngong Ping Village)로 향했다. 거대하게 펼쳐진 케이블카의 로프는 잘 다듬어진 거미줄이 연상되었다. 그러나 먹이를 옭아매기보다는 생명을 구하는 선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믿음이 갔다.
케이블카는 퉁청(東涌) 타운센터와 옹핑(昂坪) 빌리지를 연결하기 위해 2006년 개통되었다. 길이는 5.7km이고 약 25분 소요되고, 퉁청만, 란타우섬, 옹핑평원 등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불교 테마 마을에 도착하도록 했다.
스릴과 풍경을 만끽하기 위해서 크리스털 곤두라를 선택해서 자리를 잡았다. 크리스털 위를 걷는 마음은 안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떨어질 것 같은 공포를 주는 스릴이 있었다. 밑과 옆을 볼 때마다 공포와 환희가 공존하면서 밀착된 아내와의 접촉은 총각시절 달아오르게 했던 애인의 살결처럼 스침이 좋았다.
그것이 낭만의 시작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도 의심치 않았다. 순간 멀리서 보이는 거대한 불상이 시야를 한꺼번에 뒤집어 놓았다. 갑자기 수행(修行), 참선(參禪), 해탈(解脫) 등 금욕적 단어들이 휙 지나갔다. 마음 한구석에 깊이 자리 잡은 속물근성의 락(樂)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불상과 낭만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였지만 그래도 하늘 마을에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란타우 피크(Lantau Peak) 기슭에 위치한 옹핑빌리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불교문화와 자연이 공존하고 있었다. 하얀 마음이 빨간 마음을 완전하게 제압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옹핑빌리지는 행복과 성공을 열망하는 인간의 본능을 축복하는 여덟 개의 북이 맞이했고, 많은 소원 카드를 안고 있는 자각의 나무(Tree of Awakening)와 보리수는 인간적인 욕망을 힘겹게 들고 있는 듯했다. 분명히 인간의 욕망이 종교의 진리를 넘어선 현상이었다.
포린사원으로 가는 길목에는 돌로 된 거대한 문루에 ‘南天佛國’라고 쓰인 패방이 있었다. 패방을 지나면 송나라, 명나라, 청나라 등 왕조의 건축에서 영감을 얻어 세워진 포린사원(Po Lin Monastery)이 나왔다. 포린사원은 중국에서 온 세 명의 승려들이 1906년 세운 사원이며, 처음에는 ‘The Big Hut’라고 하였고, 1924년에 포린사원으로 개명되었다. 중국 왕궁의 출입문을 닮은 포린사원 전각에는 보련선사(寶蓮禪寺)라는 현판이 있었다.
포린사원 앞에는 거대한 향로(香爐)에서 향(香)이 타고 있었다. 인간에게 붙은 불순물이 타버린 절연(絶緣)의 뽀얀 연기가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고, 인연을 이어가는 향객의 지독한 번뇌가 내음으로 정화되는 듯했다. 향의 존재가 쾌락의 마음을 사그라들게 하였다.
양나라 무제는 천제에서 처음으로 침향을 사용했고, 수양제는 향을 태산처럼 올려 사용했다. 당나라 현종의 총애를 받았던 양귀비(楊貴妃)는 평소에 향낭을 지니고 다녀 항상 좋은 향기를 풍기게 하였고, 목욕탕에 향이 가득한 꽃을 넣었다고 한다. 절세의 미인으로 로마의 통치자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의 사랑을 독차지한 클레오파트라(Cleopatra)도 향을 즐겼다.
불교에서는 부처에게 부정을 제거하고 공경을 하기 위해서 육법공양(六法供養)으로 등, 향, 차, 꽃, 과일, 쌀을 바친다. 육법공양 중 향은 두 번째 공양으로 지계(持戒)를 의미한다. 지계는 계율을 잘 지니고 지킨다는 뜻이고, 또한 자신을 태워 좋은 향기를 주는 동시에 희생, 화합, 공덕을 상징하기도 한다.
향을 피우는 행위는 중국인의 종교의식과 깊이 관련되어 있었다. 중국 사람이 숭배하는 존재는 신(神)보다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정신세계를 통제하고 지배한 것은 유교를 세운 공자, 불교를 세운 석가모니, 도교를 세운 노자 등 성인으로 여겼다. 인간의 도리를 실천한 성인을 공경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실사구시의 행각에 익숙해 있기에 공자, 석가모니, 노자의 사상이 필요할 때마다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성인을 섬기는 습관이 있다. 진학하기 위한 바람이 있으면 유교의 공자를 찾고, 사업에 실패하거나 애인과 결별하거나 하여 심란하면 불교의 석가모니를 찾고, 건강이 나빠지면 도교의 노자를 찾고, 새로운 사업을 할 때 재물신 관우를 찾는다.
따라서 현실에서 생기는 다양한 소망이 실현되기를 위해서 성인에게 향을 피우며 공경을 표한다. 불교 절이 있거나 도교 사원이 있거나 유교의 공묘 등을 방문할 때 향을 피운다. 향을 피우는 행위는 현자나 조상에 대해서 존경의 예를 표하며, 동시에 자신의 안녕과 영광을 기원하는 의식으로 정착된 것이다.
옹핑빌리지와 포린사원에 있는 나는 향의 냄새와 의미에 기(氣)가 눌리면서 흥을 잃은 춤꾼이 되었고, 더욱 얇아진 한낮의 달빛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황제의 천제, 클레오파트라와 양귀비의 미의식, 평민들의 공경과 소망 등을 담아 향을 피우는 마음은 정화와 욕망을 동시에 추구하는 빛과 그림자였다.
향으로 번진 혼돈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하늘을 보는 순간 언덕 위에 웅장하게 서있는 청동좌불상이 다가왔다. 그것은 홍콩의 안정과 번영, 중국의 발전, 그리고 세계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라고 전했다. 불상과 정면으로 대면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면서 오른발로 정화를 그리고 왼발로 욕망을 외쳤다.
여행을 하고 있는 지금 필요한 것은 향과 불상 앞에 조아려 경건해지는 것이 아니라 락(樂)을 쫓는 것이다. 즐거운 것, 노하는 것, 사랑하는 것, 느끼는 것, 쉬는 것 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허전한 속을 채우는 데 있다. 속세에 충실한 내가 추구하는 락은 해탈로 가는 길목에 있는 ‘그것이’ 아니라 ‘화려하게’라는 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