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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 신이 부르는 노래

by 청사

계시는 종합예술이다. 신의 이름으로 세상을 향해 재림을 약속하고 인류에 대해서 심판하며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린 것이 계시의 핵심이다. 신자들은 계시를 성서로 읽고 찬송으로 이야기하고 마음으로 상상한다. 신을 숭상하고 경외하는 말씀이고, 신의 리듬을 따라 부르는 노래이고, 신의 세계를 그리는 상상도이다. 거기에는 철학, 음악, 미학 등이 있다.

그 계시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 중에 하나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이다. 그 작품에서는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에 의한 심판의 결과로 상을 받으면 천국으로 가고, 벌을 받으면 지옥으로 떨어지는 계시가 담겨있다. 그것은 화가로서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미학뿐 아니라 계시가 담고 있는 세계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최후의 심판>을 완성하기 이전에 하나님의 계시(啓示)로 최후의 심판을 본 사람이 바로 요한이었다. 그는 밧모섬에 유배되어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하여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다. 요한은 그가 본 계시를 빼놓지 않고 기록하였다.

“또 내가 크고 흰 보좌와 그 위에 앉으신 이를 보니 땅과 하늘이 그 앞에서 피하여 간데없더라, 또 내가 보니 죽은 자들이 큰 자나 작은 자나 그 보좌 앞에 서 있는데 책들이 펴있고 또 다른 책이 펴졌으니 곧 생명책이라 죽은 자들이 자기 행위를 따라 책들에 기록된 대로 심판을 받으니, 바다가 그 가운데에서 죽은 자들을 내주고 또 사망과 음부도 그 가운데에서 죽은 자들을 내주며 각 사람이 자기의 행위대로 심판을 받고, 사망과 음부도 불못에 던져지니 이것은 둘째 사망 곧 불못이라, 누구든지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자는 불못에 던져지더라”(요한계시록 20:11-15).


여기에서는 하나님이 각각의 행위대로 심판하여 죄를 범한 자들은 지옥과 같은 불못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계시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천국과 관련된 기록은 없지만 참혹한 지옥과 지옥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통해서 천국이 존재함을 암시하고 있다. 미켈란젤로는 적어도 성서를 통해서 최후의 심판이 있다는 계시를 충분히 인지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중세 지식인들이나 미켈란제로는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에 영향을 받았다. <신곡>은 지옥 편, 연옥 편, 천국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줄거리는 단테가 35세 때 밤길을 걷다가 산짐승들에게 위협당할 때 트로이의 장군 아이네이스의 유랑을 노래한 서사시 <아이네이스>(Aeneis)의 저자로 로마의 시성이라 불리는 베르길리우스(Vergilius)가 내려와 지옥과 연옥을 안내한다. 그리고 이탈리아 여인으로 단테의 저서 <라 비타 누오바>(새로운 삶)에 영감을 준 베아트리체(Beatrice)가 단테를 천국으로 이끈다는 서사시이다.

지옥 편에서는 변옥, 음욕, 식탐, 탐욕, 분노, 이단, 폭력, 사기, 배신 등을 저지른 자들이 형벌을 받는다. 형벌은 대부분 자신이 저질렀던 죄를 다시 되돌려 받는 형식이다. 그런 형벌 중에서도 단테는 인간을 중시했기에 이단이나 신성 모독의 죄보다 배신과 배반의 죄를 더 큰 죄로 인식했다.

연옥 편에서는 연옥이 지옥과는 반대로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옥은 아래층부터 위층까지 7개의 죄 즉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참회하면서 한층 한층 올라가는 구조이다. 속죄자들은 자신의 죄를 깊이 통찰함으로써 정화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속죄가 끝나면 지상 낙원(Paradiso terrestre)에 도달해 천국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천국 편은 여러 단계마다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천국은 유럽인들의 믿음에 따라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겹의 하늘로 이루어진 것으로 각각의 선행에 따라 행복을 누리는 곳이다. 미풍이 산들거리고 꽃들이 만발하며 새들이 지저귀는 등 신의 무한한 창조능력을 증거 하는 다양한 징후들을 아름다운 빛으로 묘사했다.

미켈란젤로는 단테의 서사시 <신곡>(Divina Commedia, Divine Comedy, 神曲)을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지적 배경은 그의 조각, 회화, 시 등과 같은 예술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신곡>이 담고 있는 천국, 연옥, 지옥 등의 개념은 미켈란젤로가 세상을 보는 시각으로 내재화되었고, 자신의 작품에서 고통, 순교, 구원, 예언 등의 주제로 형상화했던 것이다.

또한 미켈란젤로는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는 도미니코회(Dominican Order)의 수도사이자 종교개혁가 사보나롤라(Girolamo Savonarola)의 영향을 받았다. 사보나롤라는 교황 알렉산드르 6세의 부도덕을 비난하는 동시에 율법을 어기고 있는 로마 가톨릭교회가 벌을 받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미켈란젤로는 개신교의 영향을 받아 금욕적인 생활을 했으며 동시에 당시 시대성의 혼란에 고통을 받으며 탈출을 모색했던 것이다.

위에서처럼 독실한 신자였던 미켈란젤로는 세상이 심판을 받는다를 계시를 깊게 인식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각자가 지은 행동에 대해서 심판을 받아 지옥, 연옥, 천국 등으로 들어간다는 신의 계시, 그리고 단테의 서사시나 종교가의 예언 등을 굳게 믿었다. 그런 결과물인 <최후의 심판>은 신이 부르는 노래이며 미켈란젤로의 회화적 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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