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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Talking 14 : 내 안의 나

by 청사

내 안에는 분명히 누군가 있다

내에게 묻는다. 누구인지를

그런데 잘 모른다

꼼꼼하게 헤집어 몸체를 흔들어 본다

수시로 유체이탈하며

껌딱지로 동행하는 나가 있다

너에게 묻는다. 내가 누구인지를

너는 내라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거대한 줄기의 비밀을 감추고

가느다란 가지만을 말한다

나는 잎새가 아니라고 흔들어댄다

그대에게 묻는다. 내가 누구인지를

그대는 내라는 것이다

골똘히 생각해 본다

큰 바윗덩이의 허물을 덮고

작은 조각만을 말한다

오손도손 조약돌이 아니라고 속삭인다

너에게 다시 묻는다. 나가 누구인지를

너는 바로 나라는 것이다

아름답다고 하면 아름다운

행복하다고 하면 행복한

귀하다고 하면 귀한 나가

거울 속에서 춤추는 얼굴로 반추한다

그대에게 다시 묻는다. 나가 누구인지를

그대는 바로 나라는 것이다

추하다고 하면 추한

불행하다고 하면 불행한

천하다고 하면 천한 나가

눈 속에서 험상궂은 몰골로 비친다

세상에 묻는다. 내와 나는 누구인지를

가면을 쓰는 정의와 불의

중심을 잃는 평화와 전쟁

잇속을 챙기는 양심과 가책

분파를 만드는 사랑과 증오의 삶에서

고뇌하는 연적(戀敵)이라고

내는 나에게 묻는다. 일체(一體)인지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나이기도 하고 둘이기도

안이기도 하고 밖이기도

속살이기도 하고 껍질이기도 하지만

쫑나지 않는 혈(血)의 동지라고

내는 ‘ㅣ’가 빠진 나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뿌리라는 모순이 옳다고

솔직하게 진심으로 고백해야 한다

이제는 있는 대로 사유하고

가는 대로 음즈기는 순박한 나가 되고 싶다

너, 그대, 세상 모두 나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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