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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Talking 13 : 둥지

by 청사

포근하게 내어주는 품이 있다

날라다 주는 먹이를 날로 삼켜도 된다

하루를, 또 하루를 쉬고

안팎의 결에 익숙하게 눕다 보면

나래를 펴는 어느 새가 된다

요새를 뚫고 얄궂은 바람이 든다

코끝을 아리게, 눈물을 핑돌게

입술을 파르르 떨게 하는 문지방 손님을 빙자한 세파다

만 가지 군상이 살갗을 에이어도

피가 끊고 사지가 버티면 삶이 된다

사연이 쌓여 번지수 없는 눈물이 난다

누군가 울타리에 들어온 것이다

사무치게 좋은 이가 엮어지고

사심이 바닥난 본능으로 질주하면

하나가 다(多)가 되는 길이 난다

무심했던 얼굴이 창문을 가린다

깨끗하게 아싸리 열어 포웅하면

몸의 율동이 발작하여 사랑이 된다

날조된 감성이 판을 쳐도

마르지 않는 그리움의 늪이 된다

우연이 돋아나 만남이 된다

깊이 파고들어 정이 생기는

가늘고 어설픈 인연은 두툼해진다

기쁨과 슬픔을 빈틈없이 가두어두면

틀림없이 진솔한 우리가 된다

떠나버린 님이 몹시 보고 싶다

섬세한 초옥(草屋)의 온기로

하루를, 또 하루를 뎁히고

맨몸으로 창공을 낚아채다 보면

자신을 망각하는 어느 새가 된다

이 모두가 어버이 둥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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