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군
살포시 휘날리는 눈이 매료시키고
볼품없이 꼬꾸라진 눈이 차가운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겨울은 희비입니다.
자연의 심리를 알 수 없지만
인간과 공존하는 자연을 그려 봅니다.
아름다움과 마주치는 비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주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여 ‘권력’이라는 관점에서 ‘유사권력의 존재와 행사’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법에 의한 공적 권력이나 계약 등에 의한 사적 권력이 아니라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 작동하는 법과 계약 등 이외의 권력이 어떻게 존재하고 행사되는지에 대한 분석이었다.
권력은 법이나 계약 등으로 그 존립과 행사에 정당성이 부여되고 있다. 권력에는 선보다는 악이 묻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법과 계약 등으로 규정한 권력은 잘 노출되어 판단을 받아 제어를 당하지만, 그 이외에 일상에서 밥을 먹듯이 암묵적으로 권력의 탈을 쓰지 않고 권력에 버금가는 효과를 내는 권력적 현상이 존재한다.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막스 베버(M. Weber)는 ‘권력을 사회관계에서 저항에 반하여 자기의 의지를 강요하는 가능성’이라고 정의했다. 협의의 개념으로 권력은 제도화된 강제력을 가진 공적 권력을 의미한다. 거기에는 국가가 행사하는 국가권력이나 정치가가 행사하는 정치권력이 대표적이다. 공적 권력은 법에 저촉되지 않은 범위에서 권력행사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광의로는 기업이나 사회조직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사적 권력이다. 사적 권력은 법 규정 내에서 공식적으로 사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비로소 발생하여 행사되는 권력이다. 사적 관계에서의 권력은 법과 계약에 저촉되지 않는 테두리 안에서 권력 행사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그러나 인간사회에는 법적으로 규정한 공적 권력이나 사적 권력 이외의 권력이 존재했고,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즉 공적 관계나 사적 관계로 규정한 권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권력적 성격을 띠며 작동하고 있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법이나 사적 관계에 의한 권력행사와 흡사하게 기능한다는 의미에서 유사권력이다.
유사권력은 권력이 아니지만 권력만큼이나 영향력을 유효하게 발휘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그런 유사권력은 일상생활에서 공적 권력이나 사적 권력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작동하며 적용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유사권력이 실제 인간관계를 미세하고 세밀하게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공적 권력은 법으로 규정된 공적인 직위와 작위(作爲)를 통해서 행사된다. 사적 권력은 사적인 직위와 작위를 통해서 행사된다. 유사권력은 법이나 계약 등에 기초하기보다는 관습, 도덕, 양심, 혈연, 지연, 학연, 이성, 감성, 인식 등과 같은 비권력적 요소와 연루되어 행사되는 경향이 있다.
유사권력은 통상적으로 ‘권력이 있는 존재로 상징화된 매개체’가 발생시키고 행사된다. 그 과정에서 권력행사와 유사한 결과를 도출한다. 행위 주체나 객체가 권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매개체가 만들어 내는 설득력이고 자율적인 힘이며 강제적인 힘이다.
유사권력의 매개체로는 명함, 패션, 명품백, 몸매, 달변, 얼굴, 언어, 권력적 인물에 대한 언급, 돈, 학벌, 능력, 성품, 카리스마, 자격증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공적인 권력이 아니지만 권력적 힘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어 행사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사회관계에서 어떤 주체나 객체가 권력으로 상징화된 매개체에 자의적으로 따르거나 어쩔 수 없이 동조하는 방식으로 행사된다. 공적인 법적 근거 없이도 상대방을 제어할 수 있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자신의 의지를 상대방이 자율적으로 또는 강제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관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권력적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현상은 잘 인식되거나 관찰되지 않고 있다.
어떤 주체 A는 힘이 있는 것으로 상징화된 매개체를 이용하여 타인 B에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고 시도한다. 이 경우 권력으로 상징화된 매개체는 권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권력처럼 힘을 발휘하여 타인의 행동을 제어하게 된다. 관철된 타인 B의 행위는 주체 A가 제시한 매개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성립된 것이다.
특히 국민과 정치가의 관계에서 잘 나타난다. 정치가들은 공적인 권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권력 행사에 능숙하다. 정책을 반대하는 경쟁관계에 있는 상대방이나 당을 제압하기 위해서 정책경쟁이나 경쟁력 우위를 택하기보다는 유권자인 ‘국민’을 들먹여 자기 의지를 관철하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공적 권력이나 사적 권력은 강제적으로 피아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공적 권력은 법에 근거해서 성립된 법적 권력이다. 사적 권력은 법에 기초해서 맺은 사적 관계에 의해 성립되는 준법적 권력이다. 법적 권력과 준법적 권력은 자격을 갖춘 주체만이 행사할 수 있고, 위반하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사용이 제한적이며 까다롭다.
그것에 비해 유사권력은 매개체를 통해서 상대방의 인식과 생각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행사된다. 위법의 소지가 적고, 사용이 가능한 매개체가 다양하고 용이하며, 즉각적으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사회관계에서는 법적 권력이나 준법적 권력보다는 유사권력이 이용될 개연성이 높다.
나는 국제심포지엄이 끝나고 ‘일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M군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꼭 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게 된 것은 내 주머니에 있는 M군의 사진이 힘을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과 행동에 ‘행복한 유사권력’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