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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아니면 그것? 설마!

by 청사

인류는 필요에 의해서 발명하고 발견한다. 그동안 E-MAIL을 통해서 서신교환을 했지만 새로운 수단으로 Facebook를 이용했다.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좋은 면도 있었지만 점차 시간이 탈취당한다는 느낌이 강해져 탈퇴하고,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KakaoTalk를 이용했다.

그리고 그 이후 동료 일본연구가들이 사용하는 LINE에도 문을 두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M군과 동일한 이름이 올라와 급하게 확인했다.


“혹시 M군인가요?”

“네 저입니다. 반가워요.”

“이런... 다음부터 서신교환은 이쪽으로 하면 어떻까요?”

“네 동의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이후 우리는 신속하게 즉각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LINE으로 토크를 하기로 했다. 컴퓨터로 서신교환을 했던 상황에서 해방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항상 멀리에 있었다고 인식했던 터라 새로운 교류방식에 새삼 밀접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나는 속도와 직접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안 하면 뒤처지고 하면 더욱 복잡해지는 시대에 직면했다.

LINE를 통해서 처음으로 서신을 보냈다.


「M군에게

새삼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엽서에서 E-MAIL로 다시 LINE으로의 이행은

시공간을 바꾸는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앞으로 많은 금요일이 오겠지만

오늘 금요일의 시작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지금 어느 하늘을 날고 있는지요?

비행기보다 빠른 서신교환이 가능해져

만족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찍은 사진을 첨부합니다. 」


나는 비행하는 시간을 알지 못했기에 ‘금요일’을 대화하는 날로 정했다. 서신교류 수단이 책상 위의 컴퓨터에서 손위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더욱 편리해졌다. 모든 상황이 즉각적으로 확인되고 있어 좋았고, 매 순간 대응하면서 많은 것들을 공유하게 되었다.


「선생님에게

친구들과 LINE으로 대화를 해왔지만

한국에 계신 선생님과 대화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빠르게 연락이 가능하니 좋습니다.

지금 인도네시아에 있지만

1시간 후면 이륙준비를 해야 합니다.

귀국하면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8시간 후


귀국했습니다.

기다려줘서 감사합니다.

학생들에 둘러싸인 선생님의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인도네시아 레스토랑에서 전통요리를 즐겼습니다.

그곳에 있던 히잡(hijab)을 쓴 무슬림 여성들과 찍은

사진을 첨부합니다.」


스마트 폰에 M군의 서신과 무슬림 여성들의 사진이 있는 것을 보면서 무엇인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일상이 정보생활화되면서 보덜 레스(borderless) 현상이 급격하게 일어나면서 매우 가벼운 가상 공동체가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한편으로는 눈앞에 와있는데도 알아채지 못하는 현상도 있고, 알아채도 지나가는 나그네처럼 무감각하게 보내는 것도 많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동시에 중요하게 발생하는 정보현상에 대해서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한다는 당위성이 휘몰아쳤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에서 M군과 언제 어디서든지 대화를 하게 되었다. 컴퓨터 앞에 있을 필요도 없어졌고, 연구하는 시간에 잠시 손을 놓고 스마트폰을 노려봐도 됐다. 이제 우리는 다른 곳에 있으면서도 동일한 시간대와 순간의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가 됐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엔 허전함이 쌓이는 듯했다.

미국 피츠버그대 건강과학연구소는 미국예방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에 ‘일주일에 58회 이상 SNS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사람이 일주일에 9번 이하로 이용하는 사람보다 3배 더 외로움을 느낀다.’라고 발표했다. 그 증상에 내가 매몰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연구실에 혼자 앉아서 고군분투하며 논문이나 책을 집필하는 상황에 익숙한 나였지만 어느 날 돌연 찾아온 LINE의 침범은 홀로 두지 않는 괴병을 가져왔다. M군과는 남녀 간의 사이도 아닌데 심장에 초조함이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외로움일까? 아니면 SNS의 증후군일까? 아니면 그것? 설마!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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