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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나의 꿈과 그대의 꿈

by 청사

꿈은 희망이다. 그것은 앞으로 무엇인가를 바라는 희망이다. 꿈은 실체이다. 그것은 잠 속에서 벌어진 경험이다. 나는 그렇게 두 개의 성질이 다른 꿈을 가지고 있다. 현실에서 두 개로 공존하는 꿈이 하나가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어제 잠자리에서 전개된 꿈은 앞으로 실현되기를 바라는 희망이 아니라, 잠에서 깨어났어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는 경험이었다. 길게 여운을 남긴 꿈에 대해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Freud)의 분석틀이나 흉조나 길조 등 꿈 풀이를 하는 해몽가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남겨진 경험은 완전체가 아닌 불완전한 꿈의 조각일지라도 소중히 하고 싶었다. 꿈의 형식으로 진행된 그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있다거나 다시 재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오로지 순수한 나만의 것이었다.

「M군에게

오늘은 금요일이기에 두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하나는 행방을 질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지금 어느 하늘을 날고 있는지요?

지난밤 꿈을 꿨습니다.

깨고 싶지 않은 간절한 것이었습니다.

파편으로 기억되지만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앞으로도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기분 좋은 꿈도 있고 소위 가위눌리는 꿈도 있다. 나의 꿈의 내용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말을 하면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거나 명예가 훼손되거나 누군가가 상처를 받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 깊숙이 남아있는 스토리와 영상을 원래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분명 공유하거나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내 꿈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움직이는 대로 눈빛이 가리키는 대로 손짓이 향하는 대로 나는 뼈가 녹아버린 연체동물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존재였다. 그러나 그 순간과 공간, 시간은 그 무엇과도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합리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선생님께

건강하신지요?

새벽에 프랑크푸르트에서 도쿄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비행팀과는 뉴욕, 프랑크푸르트, 샌 조지, 브뤼셀까지

동행했습니다.

정이 많이 들었지만

새로운 팀과 노선이 배정될 예정이어서 아쉽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꿈을 꾸셨는지요?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말을 해주시겠지요.

그 이야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

M군이 꿈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다. 꿈속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슨 내용인지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내가 잠자리에서 꾼 경험이 그녀에게는 듣고 싶는 희망이 되었다. 나의 꿈과 그녀의 꿈이 오차 없이 도킹(docking)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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