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있는 곳까지는 택시를 불러 타고 돌아가서, 우리 차를 몰고 오후 6시 숙소인 남해편백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원룸형 숙소는 새로 지은 동으로 편백향이 은은하고 매우 쾌적했다. 숲 속에 지은 예쁜 숙소마다 다도해의 섬이름들을 붙여 놓았다. 우리 숙소는 이름이 '추도'였다.
산행 후 먹거리 국룰, 삼겹살과 소맥 몇 잔으로 기분 좋은 피로를 풀고 숙면.
다음날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 저수지까지 아침산책을 하고, 누룽지를 끓여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오전 10시에 금산으로 출발!
진달래. 생강나무꽃. 봄까치꽃. 산자고. 얼레지. 금장초
남해 독일 마을과 몽돌해수욕장을 거쳐 오전 11시 금산주차장에 도착했다.
산행채비를 하고 초입에 들어서니 한려해상 국립공원이라고 몇 가지 시설물은 설치돼 있는데 입산하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월요일이라서 그런가 보다.
어제 설흘산에 비하면 등산로가 비단길이다. 이 산의 이름도 금산(錦山), 비단을 의미하며 거기에는 태조 이성계의 설화가 얽혀 있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전 이곳에서 100일 기도를 하고, 임금이 되면 이 산을 비단으로 덮어주겠노라 약속을 했단다.
조선을 건국하고 임금이 된 후에, 약속을 지키려니 이산을 비단으로 두를 수는 없고 산이름을 보광산에서 금산으로 바꿔줬다는 전설이다. 지금도 이성계기도터에는 작은 전각이 지어져 있고 보리암 방문객들이 들러가는 곳이다.
고릴라 얼굴 같은 희귀한 바위동굴, 쌍홍문을 지나서 보리암에 올랐다.
해수관음상이 앞바다를 바라보고 서 계시니 복전을 넣고 만사여의! 기도를 올렸다.
종교성 없는 감사와 염원의 기도요. 복전은 관람료의 의미이다.
해수관음상 앞에서 360도를 둘러보았다. 산과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산 벚꽃이 없어 조금 아쉬웠다. 금산의 정상에도 설흘산과 같이 봉수대가 축성돼 있다.
정상 부근인데도 둥글둥글 바위가 원만하고 정겹다. 얼레지 군락이 넓게 분포하는데한 두 개 꽃만 뒤집혀 피었고, 아직 잎들과 닫힌 꽃봉오리가 따신 볕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하산길에 배도 고프고 시간도 아낄 겸, 8부 능선쯤 금산산장이라는 곳에서 음식을 팔길래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망했다! 해물파전이 손바닥 반만 한 거두장을 전자레인지에돌려주고 컵새우탕면 한 개 하고,합이 만 오천 원. 오래된 파전을 데워주니 딱딱해서 반은 버리고, 할머니는 호랭이라아무 말못 하고돌아 나왔다.
하산해서 주차장에 다 와가는데, 올라갈 때는 못 본 목련 몇 그루가 싱싱한 꽃을 환하게 밝히고 서있다.
우리도 꽃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이제 곧 벚꽃, 개나리, 자목련, 조팝등 나무꽃과 각종 땅꽃이 조화롭게 피고 지겠지. 벌나비도 함께 오랜 시간 먹거리, 일거리가 풍성하길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