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과 미술관데이트
벚꽃이 만발한데 자꾸 비가 온다.
바람이 안 불면 좋겠다.
올봄에 나에겐 좋은 추억이 하나 생겼다.
몇 년 만에 기차 타고 아들을 만나러 갔다.
매번 아들이 나를 보러 전주로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내가 서울로 갔다.
갈비재고 밑반찬 몇 가지 해서 양손에 들고 영락없이 서울 가는 시골어머니 모습으로 기차를 탔다.
휴가를 내고 평일 하루를 엄마와 함께해 준 아들에게 감사한다.
얼마 전, 엄마가 좋아할 만한 전시가 열린다고 보러 올 수 있는지 아들이 물었다.
난 호암미술관에 가 볼 기회가 생겨서 선뜻 "좋아, 갈게"라고 했다.
전시는 여성과 불교예술에 관한 작품들이었고,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도 잘했다.
미술관 관람이 끝나고 얌전하게 비가 내리는 정원을 산책했다.
'희원'이라고 이름 지어진 아름다운 정원이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나무도 연못도 꽃과 향기도 얼마나 기품이 있는지 저절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반듯하게 손질된 정원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미술관 앞 찻집에서 따뜻한 차를 한잔씩 마셨다.
전주로 돌아오는 기차시간에 늦지 않게 미술관을 나섰다.
미술관 진입로 가까이 호숫가에 큰 거미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다.
생뚱맞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자연 속의 작은 생명'을 떠올리는 의미인가? 싶기도 하고......
미술관을 오가는 숲 속 드라이브 코스도 일품이라 고단한 줄도 모르고 아들과 하루 데이트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