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벚꽃이 소낙비처럼 퍼붓는다.
비그친 오후에 완산칠봉 꽃동산에 갔더니 사람들로 북적인다.
남녀노소 다 모였다.
삼삼오오 사진 찍고, 부르는 소리, 웃음소리, 꽃바람소리......
천상인가 싶을 만큼 붉은 꽃이 만발했다.
시야에 펼쳐진 풍경 속엔 자연의 만 색(萬色)이 그득하다.
질척이는 땅바닥쯤이야
NO Problem!!!
처음 꽃동산은 개인소유의 산자락을 산주가 가꿨다고 한다.
철쭉을 심어서 꽃이 만발하자 구경꾼이 몰려오고,
산주는 감당할 수 없게 되고,
이젠 시청에서 매입하여 관리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거기, 철쭉숲에 가보고 싶다.
때를 놓치면 꽃대궐을 못 보고 봄을 보내는 거지.
이른 아침, 잠깐이라도 다녀오면 아쉬움이 가신다.
올해는 장구팀 다섯 명이 토요일 오후 연습을 마치고 함께 갔다.
입이 떡 벌어지는 꽃구경이 끝나는 곳,
언덕 위에 <녹두관>이 있다.
반봉건, 반외세를 외치며 궐기한 동학농민전쟁기념관이다.
이 꽃동산은 당시 완산전투가 치열했던 전적지다.
철쭉꽃이 뒤덮은 언덕배기를 내려다보면
농민군이 피 흘리고 죽어간 전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995년 일본 북해도대학 표본고에서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효수된 유골이 발견 됐다.
일본의 기록으로, 지도자의 것이라는 것 외에 개인의 신원은 밝히지 못했다.
1996년 송환되어 임시 안치돼 오다가 2019년 녹두관을 짓고 이곳에 안장되었다.
죽어서 백 년을 떠돌다 고국에 돌아와,
죽어서 125년 만에야 영면에 든 지도자의 묘지 앞에서,
우리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기도했다.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