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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May 08. 2024

내 친구 다연에게

성(性)이 달랐다면 연애를 했을 우리?

어젯밤엔 잘 잤어요?

맘 놓고 편한 잠도 못 자고 있겠네요.

다연 공부가 어서 끝나기를 바라는 제일 큰 이유는 다연의 건강이 염려돼서 그래요.


환갑, 진갑 지나서 박사논문을 쓴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뒤늦게 시작했던 대학공부가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겠지요.

워낙 공부 좋아하고, 뭔가 시작하면 파고드는 성격이니 늦은 공부고생도 다 아는 병이죠.


거기다가 요즘에 아버지 장례까지 모시느라고 애로가 많았지요.

연로하신 부모님을 가까이에서 돌봐드리는 다연의 일상을 내가 옆에서 지켜보았잖아요.

부모님께서 마지막까지 의지하는 장녀의 애환을, 잘 견뎌내는 다연이 안쓰럽고도 대견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연이 하는 공부가 전통의례 쪽의 연구인데, 요즘시대와는 갈수록 괴리감이 커지는 분야지요.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 하지만 사람의 예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니, 약식으로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 세대의 마음인데요. 


부모, 형제, 자녀의 마음가짐이 모두 달라서 요즘은 가정마다 내부적으로 혼란이 많은가 봅니다.

다연 또한 현실에서 그대로 겪는 일 일 테니, 공부하면서 또 가르치면서 낙담할 때도 많겠네요.

어쨌거나 가까운 시일 안에 논문 마무리 짓고 해방된 몸과 마음으로 함께 여행이라도 다녀오자구요.




다연!

우리가 언제 만났죠?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니까 25년이 넘었어요.


같은 서실에서 붓글씨를 공부하면서 우리 인연이 시작됐네요.

예쁘고 참한 다연은 우리 서실의 모범생이었어요.

공모전에 작품을 낼 때에도 다연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도 여러 번 냈지요.

우리 선생님의 제자 동인전도 매번 알차게 치러냈고, 우리 참 뿌듯하고 행복했어요.

다연은 한옥마을에서 뜻깊은 개인전도 열었었잖아요. 

부럽고도 못 말리는 그 열정!

그 성품 그대로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여기까지 와 준 다연이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우리 둘 다 아이들 키우는 숙제는 마쳤고, 자신을 돌보는 숙제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알고 있죠. 우리가 원하는 여생에 대해서. 그렇게 살기로 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오랜 친구로 남아주기로......


다연이 가끔 그랬죠.

"운초가 남자였으면 좋겠어요. 우리 둘이 사귀게."

그때마다 웃고 말았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란 뜻인 거 맞죠?

연애하는 남녀가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가요, 벌써 헤어졌겠죠. 하하.

매사에 꼬장꼬장한 다연과 한량놀음 좋아하는 내가 얼마나 갔겠어요?


이제는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자구요.

공부하고, 놀고, 맛난 거 먹고, 수다 떨고, 여행 가고, 이런 거 함께 하면서 늙어갑시다, 우리.

처음에도 지금도 "야야"라고 말을 놓지 못하고 "요요"거리는 우리가 좀 이상하고 웃겨도 나쁘지는 않아요.


지금 이대로 주변이 평화로운 채, 때로는 고요하고 때로는 야단스럽게 소식을 전하며 삽시다.

지금 하던 일 밀쳐두고 어디든 가고 싶으면 전화 주세요.  달려갈게요!

그럼 이만......

내 친구 다연, 안녕!  


2024년 5월 8일 / 운초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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