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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May 15. 2024

우리 막둥이 동생 보시게

자유로운 영혼, 자유로운 언어, 자유로운 역마살?

막둥이 동생!

엊그제 조카 결혼식에 맞춰 막내 누나집에 왔었지.

염려와 달리, 마르지 않고 컨디션이 괜찮아 보여서 한시름 놓았어.

카자흐스탄에 가서 일정을 못 채우고 건강이 안 좋아 돌아왔다니, 형제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어.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니 대륙을 넘나들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제격이다 싶었는데, 

타국의 환경이 죄다 좋지는 못했구먼. 

풍토병에 걸리고 귀국해서 좀 나았다 싶으면 또 다른 나라로 떠나기 바쁘니 몸이 버텨내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 동생 나이도 머잖아 육십을 바라보는데 이젠 가지 마!


5개 국어도 모자라 또 아랍어를 공부한다면서. 

또 떠나려고 그러는가. 

공부도 스트레스가 될 건데, 누나들 생각에는 막둥이가 마냥 쉬고 놀면 좋겠네.

부모님과 찍은 우리 가족사진을 보면, 동생 어릴 때도 참 예쁘고 똘똘해 뵌다.

창의적이고 엉뚱하게 놀다가 짚다발에 불붙어서 혼비백산 놀라게 한 사건, 

누나들이 가끔 소환하며 크게 웃지.


다섯 누나들이 두 남동생을 생각하면 언제까지나 마음이 쓰이고 그래.

어려서 부모님 잃고, 꿋꿋이 공부하고 외롭게 생활해 온 동생들이 대견하면서도, 

누나들 생각엔 아직도 어리게만 느껴져. 


우리 막둥이가 혼자 서울가서 대학생활, 군대생활, 임용고시 후 미술교사로, 외국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로, 

그 목표를 이루려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 

우리도 각자 살기 바빠서 마음뿐이었지. 

많이 외롭고 힘들었지?

그 시절 형은 형대로, 누나는 누나대로, 우여곡절을 겪어내고, 

이젠 우리 칠 남매 건재하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고 있잖아? 

막둥이도 건강 회복하면서 느긋하게 자주자주 얼굴 보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오늘날, 우리 부모님의 자손이 53명이 됐어.

놀랍지? 점점 더 불어나고 있지. 

하늘에서 우리 부모님이 내려다보신다면 엄청 흐뭇해하실 거야.

우리 막둥이는 언제 식구를 보탤 거야? 흠흠!


막둥이 동생!

이제라도 동생에겐 엄마가 다섯 명 있다고 생각해 줘.

정말로 다섯 누나가 엄마처럼 지켜줄게.

아니, 형수까지 여섯 명인가? 하하하!

우리 엄마가 일찍 가시면서 우리 집안에 좋은 며느리를 보내주셨나 봐.

형수도 친정형제가 많아서인가? 

북적대는 우리 집 식구들을 받자 해주니 늘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


또 형수가 복덩이라 아들, 딸 쌍둥이를 잘 키워서 이번에 아들 결혼까지 둘 다 혼사를 잘 마쳤잖아.

이 조카들이 또 얼마나 기특해?

동생도 잘 알지?

어려서부터 명절이나 제사 챙기는 일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이 녀석들도 집안 큰일을 당연지사로 알고 솔선하는 것이 여간 어른스럽지가 않아. 


덕분에 우리들 우애가 오죽 좋은가.

이만하면 형제복이 태산만 하지.

그러니 아프지 말고, 먼 곳에 가지 말고, 곁에 살자, 응?

영원한 우리들의 동생 막둥아!!!


2024년 5월 15일 / 막내누나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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