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영혼, 자유로운 언어, 자유로운 역마살?
막둥이 동생!
엊그제 조카 결혼식에 맞춰 막내 누나집에 왔었지.
염려와 달리, 마르지 않고 컨디션이 괜찮아 보여서 한시름 놓았어.
카자흐스탄에 가서 일정을 못 채우고 건강이 안 좋아 돌아왔다니, 형제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어.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니 대륙을 넘나들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제격이다 싶었는데,
타국의 환경이 죄다 좋지는 못했구먼.
풍토병에 걸리고 귀국해서 좀 나았다 싶으면 또 다른 나라로 떠나기 바쁘니 몸이 버텨내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 동생 나이도 머잖아 육십을 바라보는데 이젠 가지 마!
5개 국어도 모자라 또 아랍어를 공부한다면서.
또 떠나려고 그러는가.
공부도 스트레스가 될 건데, 누나들 생각에는 막둥이가 마냥 쉬고 놀면 좋겠네.
부모님과 찍은 우리 가족사진을 보면, 동생 어릴 때도 참 예쁘고 똘똘해 뵌다.
창의적이고 엉뚱하게 놀다가 짚다발에 불붙어서 혼비백산 놀라게 한 사건,
누나들이 가끔 소환하며 크게 웃지.
다섯 누나들이 두 남동생을 생각하면 언제까지나 마음이 쓰이고 그래.
어려서 부모님 잃고, 꿋꿋이 공부하고 외롭게 생활해 온 동생들이 대견하면서도,
누나들 생각엔 아직도 어리게만 느껴져.
우리 막둥이가 혼자 서울가서 대학생활, 군대생활, 임용고시 후 미술교사로, 외국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로,
그 목표를 이루려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
우리도 각자 살기 바빠서 마음뿐이었지.
많이 외롭고 힘들었지?
그 시절 형은 형대로, 누나는 누나대로, 우여곡절을 겪어내고,
이젠 우리 칠 남매 건재하게 서로를 의지하며 잘 살고 있잖아?
막둥이도 건강 회복하면서 느긋하게 자주자주 얼굴 보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오늘날, 우리 부모님의 자손이 53명이 됐어.
놀랍지? 점점 더 불어나고 있지.
하늘에서 우리 부모님이 내려다보신다면 엄청 흐뭇해하실 거야.
우리 막둥이는 언제 식구를 보탤 거야? 흠흠!
막둥이 동생!
이제라도 동생에겐 엄마가 다섯 명 있다고 생각해 줘.
정말로 다섯 누나가 엄마처럼 지켜줄게.
아니, 형수까지 여섯 명인가? 하하하!
우리 엄마가 일찍 가시면서 우리 집안에 좋은 며느리를 보내주셨나 봐.
형수도 친정형제가 많아서인가?
북적대는 우리 집 식구들을 받자 해주니 늘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
또 형수가 복덩이라 아들, 딸 쌍둥이를 잘 키워서 이번에 아들 결혼까지 둘 다 혼사를 잘 마쳤잖아.
이 조카들이 또 얼마나 기특해?
동생도 잘 알지?
어려서부터 명절이나 제사 챙기는 일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이 녀석들도 집안 큰일을 당연지사로 알고 솔선하는 것이 여간 어른스럽지가 않아.
그 덕분에 우리들 우애가 오죽 좋은가.
이만하면 형제복이 태산만 하지.
그러니 아프지 말고, 먼 곳에 가지 말고, 곁에 살자, 응?
영원한 우리들의 동생 막둥아!!!
2024년 5월 15일 / 막내누나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