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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May 22. 2024

나의 젊은 친구, 우정에게

참 독특하게 이어지는 우리들의 우정

요즘 우정이가 어린이 영어학원을 만드느라고 재미진 모양이야.

공연히 나를 불러내서 밥 사주고, 커피 사주면서

"언니! 이것 좀 봐줘"

"언니! 또 이것 좀 봐줘" 하고

신이 났거든.


마침 알맞은 곳에 학원자리를 잘 잡았네.

밝고 여유로운 공간이 나도 마음에 들어.

큰돈 들이지 말고 쾌적하게 꾸며서 오래오래 번창하길 바래.


한 5년 전에 내가 카페를 만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불과 1년도 못돼서 망해 먹었잖아.

내가 지은 건물에 놀이터 같은 장소를 만든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건물째 싸게 팔아버렸잖아.

요즘도 그 옆을 지나갈 때 난 고개를 돌리지.

아직도 속이 쓰리거든.



우리 우정이가 하는 일은 항상 다 계획이 있지.

마치 이벤트회사처럼 다양한 구성이 재미도 있고.....

거기다 딸, 아들의 진학을 위한 장기계획도 탄탄했었지.

그만하면 최고로 성공적이었고.

분명 '기획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 같아.


나를 기준으로만 한번 따져볼까?

운초언니가 산에 갈 참이 됐나?

공연을 보러 갈 때가 됐나?

해외여행을 데려갈까?

술을 먹자고 할까?

누구랑 그룹 지어서 갈까?


내게만 그러겠어?

시댁, 친정, 남편과 아이들, 또래친구, 선배, 성당, 학원 애기들까지......

그래서 난 <우정기획사>라고 불러주고 싶어.


우정이랑 나는 띠동갑도 넘어가는 나이차인데, 긴 시간 친구하고 지내는 거 신기하고도 고마워.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를 생각해 볼까?


노출콘크리트로 지은 알마카페 2층, 영화감상실에서였지? 8년 전이네.

덩치는 덜썩 크고, 톰보이 스타일의, 나하고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젊은이가 썩 앵기더라고.

거기서 매주 일요일오후 예술성 짙은 영화를 보고, 토론도하고 와인도 마시고 좋은 시간 보냈어.


아이슬란드여행팀도 거기서 결성 됐었고, 그때 우리 참 행복한 여행을 했었지?

그 이후 우정이랑 맘이 맞아 여행도, 산행도, 일상도 공유하는 지점이 많아진 거로군.

난 일정시간 혼자의 시간이 필요한데, 우정이가 그것도 잘 지켜주니까 좋아!


가끔 내게, 우정이 화난 이야기 들어달라고 할 때 내 역할이 생겨서 반갑기도 해.

추임새를 넣어주면서 한참이야기를 듣다 보면

"언니 내 말이 맞지? 이제 됐어. 속 시원해"

이러고 전화를 끊는 우정이의 명쾌함이란.

어쩜 그렇게 에너지가 충만하고도 긍정적이고 합리적이야?

웃음도 나고 속도 시원해지고, 벌떡 일어나서 손발을 쓰고 싶은 에너지가 솟는 거 같다니까.




작년에 우정이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암투병하시는 엄마를 또 얼마나 잘 돌봐드렸니?

혼자 지내는 내 입장에서 보자니, 가까이서 살뜰히 보살펴주는 딸을 가진 오순복여사(우정엄마)가

부럽기도 하드라. 이런 생각하면 나 늙은 거지?


그래도 우정이가 나를 함께 여행하기 좋은 'A급 멤버'라고 평가해 주니 난 우쭐하지.

지금처럼 각자 일하고, 함께 놀면서 더 오랜 시간 건강하게 살자.

우정이가 계획한 모든 일이 착착 이루어지기를 기도할게!


2024년 5월 22일 /  운초언니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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