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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Jun 05. 2024

야, 봉숙아!

지금도 하이힐 좋아해?

오래전, 귀에 착 감기던 이 노래 한번 찾아 들어볼래?


야 봉숙아

말라고 집에 드갈라고

꿀발라스 났드나

나도 함 묵어보자(묵어보자)~


아까는 집에 안 간다고~

데낄라 시키돌라캐서

시키났드만

집에 간다 말이고~


못 드간다 못 간다 말이다

이 술 우짜고 집에 간단 말이고~

못 드간다 못 간다 말이다

묵고 가든지 니가 내고 가든지


우우우 우우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우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야 봉숙아~

택시는 말라 잡을라꼬

오빠 술 다 깨면 집에다 태아줄께(태아줄께)


저기서 술만깨고 가자

딱 30분만 셨다 가자

아줌마 저희 술만 깨고 갈께요~


사랑을 찾아서

사람을 찾아서

오늘도 헤매고 있잖아~~~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저거 한국노래가 아닌 거 같은데?

칙키착카, 칙키착카, 반복되는 보싸노바리듬에 야리한 음색에 중얼중얼하는 가사는 뭐라는 거야?

가수들 인물은 토종이구먼?


'장미여관'이라......

록밴드 이름에서 '마광수'가 생각나는 건 나뿐이 아니었을 거야.

소설 <가자 장미여관으로>그 마광수교수 말이야.

어쨌거나, 웃기면서도 은근히 중독성 있는 이 노래를 노래방에서도 불러본 기억이 난다.


이 노래는 언제나 내 기억 속에서 '우리 봉숙이'를 소환했었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다 돼갈 때 우리 다시 만났잖아 우연히.

긴가민가 몰라보다가 어찌저찌 맞춰보니 여고 동창!


아담한 키에 균형 잡힌 몸매, 작은 목소리, 늘 곁에 있는 사람 챙겨주는 센스.

그 무렵 내가 목디스크로 수술하고 병원에 있을 때, 봉숙이가 와서 나를 간호해 주기도 했지.

그 고마움 늘 잊지 않고 있어.


또 그 무렵 봉숙이가 이사를 했잖아.

난 도와주지도 못하고 약소한 부조를 하고는 잊었지.

얼마 후 우리 둘이 만났을 때, 네가 와인색 하이힐을 신고 와서는

"이거 샀어, 자기가 준 걸로"


와우! 반짝이는 7센티 와인컬러 하이힐~

봉숙이의 멋짐이 추가됐던 그날도 자주 생각난다.

어쩌면 풍류를 좋아하던 내가 본격적으로 한량이 된 데는 봉숙이 영향도 있는 것 같아.


선비문화 체험관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네가 한국무용을 배우고 차를 공부한다고 했거든.

작은 도시에서 살다 보면 취미활동의 그룹들이 지인도, 장소도, 선생님도 겹치게 되잖아.

취향이 비슷하니까 은연중에 서로서로 스며드는 거지.......




요즘은 어떻게 지내니?

못 본지가 오래됐네.

할머니가 됐는지, 너도 남편도 건강한지.


서로 일이 바빠져서 못 보다가 잊었구나.

때때로 생각만 할 뿐 전화를 못했어.

그때보다 모든 일이 잘 되었기를 바란다.


비가 오는 날 전화할께.

요즘도 한옥마을 나들이를 즐기고 있는지 모르겠네.

한옥마을에 네가 좋아하는 커피숍에서 만날까?


그때 봉숙이가 하이힐을 신고 와주면 나는 좋지.

난 이제 하이힐을 신발장에서 구경만 하니까.


검은 우산을 쓰고,

와인색 하이힐을 신고,

비에 젖은 꽃담길을 걷는 봉숙이 사진을 찍어 주고 싶네......


2024년 6월 5일 / 운초보냄


사진출처 ;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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