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건조한 문체로 제 3자가 되어 관찰하고 기록한, 감정 같은 건 쏙 빼버린 냉정한 문장들......
요즘 내가 손에 든 책은 <루쉰의 소설전집>이다.
중국 현대문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루쉰은 1881년에 태어나 1936년에 사망했으니 향년 55세.
중국의 청나라 말기에서부터 중화민국이 수립되는, 혼란의 역사를 체험한 문화운동가이며 작가다.
루신의 조부가 청나라의 관리였다가 어떤 사건으로 투옥되고, 부친은 와병으로 가세가 몰락한 유년기를 보냈다.
1902년, 21세에 관비지원으로 일본유학을 떠나 의학도였다가, 러일전쟁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 민중의 의식개혁이 시급하다는 판단으로 문학을 선택한다.
일본에서 문예운동에 동참했고, 중국으로 귀국한 후에도 교사로서, 작가로서, 교수로서 지속적으로 민중운동에 헌신했다. 1911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혁명인 '신해혁명'이 일어나 봉건주의(청)가 멸망하고 공화제정부가 수립되는 혼란 속에서 지식인들이 사회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쉰은 글 속에서 구시대적 전통과 가치를 비판하고 중국 사회의 변혁을 촉구했다.
1936년 상해의 조계지에서 비교적 순탄한 작가생활을 하다가 폐질환으로 사망했다.
<루쉰의 소설전집>에는 33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돼 있다.
난 지금 "아큐정전"을 읽는 중이다.
1921년에 신문연재로 썼던 아큐정전은 루쉰의 유일한 중편소설이라고 한다.
루쉰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변혁을 추구하던 그의 작가의식 때문인지, 대부분의 소설 내용엔 바보 같은 비정상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전통적 제도 속에서 탈락한 사회 부적응자, 무지몽매한 부녀자, 오직 생계에 매달려도 처참히 헐벗은 이웃들......
아큐정전에도 날품팔이꾼 "아큐"가 주인공이다.
<정신승리법>이라는 해괴한 비책으로, 자신이 어떤 무자비한 비난을 받든, 폭행을 당하든, 폭행을 했든, 자신만의 비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내고, 그래서 결국 자신이 이긴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해, 말 그대로 정신승리하는 아큐의 이야기다.
굴절된 인간의 정신세계를 꼬집고, 당시 중국사회의 변혁기에 혼란스러운 실상을 드러낸 소설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