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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Dec 01. 2024

새둥지 아파트~아파트~

복지관 마당의 겨울채비

난 매주 토요일 하루종일 노인복지관 마당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다.

우리 장구연습실이 가까이에 있고, 주말엔 복지관이 주차장을 개방해서 마음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토요일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세 시간을 연습실에서 선생님 따라 장구와 소고춤을 배운다.


어제 토요일엔 일찍 복지관에 주차를 하고 늦은 단풍이 하도 예뻐서 마당을 둘러보았다.

복지관 어르신들이 가꾸는 작은 텃밭은 비어있고, 때늦은 국화꽃이 소박하게 피어서 반갑게 한 컷!


큰 나무가 많은 복지관마당엔 나뭇잎도 꽃도 지고 있는데, 어라? 헐벗은 나무 기둥마다 울긋불긋 털실꽃이 새로 피었다.

아마도 복지관 어르신들이 뜨개질봉사를 해서 지푸라기 대신 털실옷을 입혀 놓았나 보다.

한겨울 맹추위엔 나무에게 보온도 되고, 겨우내 모여든 벌레들을 내년 봄 소각해서 해충퇴치도 하는 일석이조의 털실옷이겠지.

올겨울 노인 복지관 마당을 밝혀줄 털실꽃이 내게 먼저 포근한 미소를 주었다.


복지관 건물 옆 담장 안쪽으로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가 서있다.

잎이 무성할 땐 안보이더니 점점 잎이 날아가고 있는데 새둥지가 여러 개 층층으로 드러났다.

고양이 옆에 오래된 느티나무에도 역시 새둥지가 군데군데 지어져 있다.

마치 새들의 아파트~아파트~


저 새집들은 한 번 짓고 계속 사는 건가?

대물려 사는가?

고쳐가며 사나?

빼앗길 수도 있나?

양도할 수도 있나?

남이 버린 걸 쓰나?


새둥지를 올려다보며 궁금증이 폭발했다.

새 박사님은 이런 걸 다 아실 테지만, 난 새 공부도 관찰도 해 보질 않아서 궁금하기만 하다.


흙마당에 새초롬히 앉은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간식으로 줄만한 것이 없어서 카메라만 들이댔더니 담장 위로 풀쩍 올라가 버렸다.

다음 주에는 고양이 간식을 미리 준비해 뒀다가 벤치 위에 놓아줘야겠다.


겨울 날씨가 너무 춥거나, 흐리거나, 황량하거나, 쓸쓸할 때에도 

여기 노인 복지관 울 안에는 털실꽃과 새둥지와 고양이가 함께 있어서 너무 썰렁하지는 않을 것 같다.

너무 을씨년스럽지 않은 겨울을 매주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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