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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
Dec 18. 2024
풍경 실루엣
매일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겨울이라 그런지 아침에 거실에 나오는 시간이 자꾸 늦어진다.
거실에 나오면 맨 처음,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지그시 바라본다.
창밖의 풍경은 매일 아침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데, 그건 아마도 날씨 때문이겠지.
"불안과 허무"
사람에게서 생겨나는 모든 문제와 갈등의 씨앗이라고 했던가.
나의 일상도 다르지 않다.
정해진 일과가 없는 나는 할 일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게으르고 쓸모없는 잉여인간으로 여겨진다.
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다.
무위한 생활이 마냥 편안하고 느긋하면 좋겠는데.......
죄의식이 생겨나는 근원에는 역시 불안과 허무가 자리 잡고 있는 것.
올해 첫서리가 내린 날 창 밖의 작은 저수지 풍경
요즘에도
난
몇몇 그룹에 소속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참여하고 활동한다.
그런데
소비로만 이어지는 삶의 패턴이 좀 허무하긴 하다.
의식주를 걱정할 형편은 아니라도 허무를 쉽게 떨칠
수가 없다.
나에게서 생산적인 능력이 사라진 것에 대한 상실감일까?
일을 해서 돈을 벌 때는 취미활동도 활기차고 노는 것도 재미가 있더구먼.
취미활동만으로 일주일을 메꾸고 지내는 요즘의 생활은 알맹이가 없는 열매 같은 것.
나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보는 허무한 심보를 어서 버리고 싶다.
가치지향적인 나는 취미로 배우는 것들도 잘해야 직성이 풀린다.
출석도 잘하고, 순서도 빨리 익혀야 하고, 표현도 풍부해야 하고, 틀린 데가 없어야 한다.
잘 안되면 화가 쌓인다.
내가 좀 강박적인
성향을 가졌나 보다.
해내고 싶은 욕망이 쌓이고 불안과 허무사이에서 허둥댈 때는 자연을 관조하는 것이 약이다.
산을 찾아가고, 땀 흘려 능선에 오르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감탄하면서 산잡한 정신을 씻는다.
아마 난, 그것으로 몸도 마음도 아직은 건강하게 조율하고 사는가 보다.
매일 산에 오를 수는 없어도 매일 산을 볼 수는 있다.
감사하게도 내 집 거실 창밖으로는 매일 일출을 보고,
겹겹이 쌓인 산의 능선과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가 있다.
희고 푸르고 깊은 풍경들의 실루엣!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의 아침을 너그럽게 밝혀주는 꿀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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