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아도 소중한 것들
"드드득"
새벽 잠자리에서 돌아눕다가 등밑에 깔린 돋보기가 내지르는 비명소리다.
"에구구구"
벌떡 일어나 집어 들고 거실로 나와 요리조리 맞춰본다.
다행히 테이프를 감아서 쓸만한 곳이 부러졌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의 수면생활은 질이 낮은 편이다.
여러 번 잠에서 깨고 다시 잠들기 어려워서 유튜브를 보다가 겨우 잠든다.
그래서 돋보기와 휴대폰이 잠자리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내가 가진 물건 중엔 오래된 것, 낡은 것, 내 손길에 해진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런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가까이 두고 애용하고 있다.
정이 들어서 새것으로 바꾸기가 어렵다.
오늘 부러진 돋보기도 그중에 한 가지다.
돋보기를 새로 바꾸는데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테이프로 수선이 된 것에 이렇게 감사해서 그림일기까지 쓰다니 정든 것 맞지.
이 돋보기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일단 가볍고, 책을 오래 봐도 피로감이 덜하고, 콧잔등이나 귀뒤에 압박이 전혀 없고, 돋보기를 쓴 채 잠이 들어도 불편감이 없고, 진짜 내 맘에 드는 것이다.
또 내 맘에 들어서 내 곁을 지키는 나머지 물건들도 아주 망가지지 말고 나와 오래오래 같이 살아주면 좋겠다.
필통, 인감도장주머니, 채소를 다듬고 씻을 때 쓰는 바가지 소쿠리 몇 개, 마늘 찧는 뒤꽁지가 달린 흰 손잡이 칼, 내가 만든 하늘색 빈티지 서랍장 두 개......
하찮고 소박한 그것들은 눈에 익고 손에 익어서 식구 같다.
그래서 물건이지만 생명이 있는 것 같다.
나와 친한 그것들!
오늘 유정한 눈길로, 다정한 손길로 너희들 골고루 매만져 주마.
하찮고 소중한 내 살림살이들 고마워, 특히 오늘 부러진 돋보기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