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기분 좋은 것, 참기 힘들 것 같은데......
높은 산 정상에 가려면 힘이 든다.
그래도 힘든 고비 다 넘기고 정상에 오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탁 트인 시야로 겹겹이 산맥의 파노라마가 펼쳐져있을 때는 더욱 환상적이다.
어떤 산에 올라가도 다 힘이 든다.
입산해서 한 시간 정도는 숨차고, 발이 땅에서 안 떨어질려고 하고, 몸은 기우뚱거리고, 콧물도 나고, 날씨에 맞게 차려입은 옷은 땀이 나서 한 겹 벗고 싶다.
묵묵히 내 몸을 데리고 느리게 오르는 가운데 차츰 밸런스가 맞아진다.
드디어 고개를 들고 풍경을 보는 여유가 생긴다.
뷰 포인트마다 눈도 입도 커지고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천 미터가 넘는 산은 5~6시간은 기본이고, 한라산은 11시간도 걸었었다.
하루 15km가 넘어가면 무릎이 아프니까 이제 그런 산행은 피해야 한다.
올해 5월에 들어 매주 큰 산에 다녀왔다.
아들하고 무등산(1164m), 후원회 단체에서 지리산 바래봉(1165m), 우정이 하고 월출산(809m).
환갑 넘은 아주머니가 운전도 하면서 다니다 보면 제법 고단한 일정인 것 맞다.
그래도 산에서 돌아올 때면 다음엔 또 어느 산에 갈까 하고 궁리를 하게 된다.
지난주 월요일에 월출산에서 뾰족 바위들에 감탄하면서 멋진 산행을 하고 안전귀가했다.
젊은 친구 우정이와 둘이 다녀온 날이다.
우정이의 걱정에 큰소리치며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다음날, 오른쪽 어깨 꼭짓점에서 쇄골까지 날카롭게 통증이 느껴졌다.
등산용 스틱을 세게 짚었나?
3일 정도 잠자리가 너무 불편해서 몸부림을 쳤다.
목 주변에 뭔지 모르게 불규칙한 통증이 있다.
잠을 잘못 잤나?
침을 삼킬 때, 기침을 할 때 목이 아팠다.
목의 중심에서 오른쪽 쇄골부위에 동그랗게 부은 결절이 만져졌다.
임파선이 부었나?
토요일 오전에 다니던 병원에 갔다.
혈압체크 정상, 체온을 쟀더니 37,8도였고 내 얼굴도 화끈거렸다.
의사 선생님이 내 기록을 보시더니 기존에 갑상선 결절이 여러 개 있는 거 아시냐고.
네. 대답했다.
<아급성 갑상선염>이 의심된다고.
피검사, 초음파검사를 해야겠다고.
피를 뽑히고, 초음파 검사 예약을 잡고, 항생제가 들어간 약을 지어왔다.
처방전을 보시던 약사님이 어떤 피곤한 일을 많이 했냐고 관심 있게 물었다.
"말해줄까요?"
"네. 무슨 일을 했는데요?"
"큰 산에 매주 다녔습니다."
"어디 큰 산?"
여기저기 다녔노라.
어마나~멋지세요, 진짜 건강하신가 보다고.
자기는 그런 산에 가는 게 버킷리스트라고.
이젠 산행을 좀 자제하려고 한다.
건강에도 한계가 있는 법.
내 기분은 도파민 뿜뿜 나서 깃발 날리는데 몸뚱이가 조용히 경고장을 보내 온다.
분수를 지켜서 큰 산에는 한 달에 한 번만 갈까?
아쉽고 안타까운 도파민 주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