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사러 포도밭으로 가는 사람 이야기
포도송이가 너무 빽빽한 거 말고 좀 성글고 좀 놀놀하고 단내가 폴폴 나는 샤인머스켓을 먹고 싶어서
백구면 인성포도농장에 갔다.
작년에 우정이를 따라갔다가 이 포도밭이 좋아졌다.
포도맛이 놀랍게 싱싱하고 달아서 좋았고,
포도밭이 정갈하고 주변환경도 정돈돼서 좋았고,
작업하는 사장님 부부의 소박하고 애틋한 정서가 좋았다.
사장님은 무남독녀 외딸을 키워서 서울로 유학을 보냈다.
이 외동딸을 금이야 옥이야 뒷바라지하느라고 곳간에 돈 쌓일 여력이 없다 했지 아마?
그래도 공부 잘하고 돈 잘 쓰는 딸이 너무 귀해서, 딸이야기만 나오면 부부가 만면에 웃음이 번진다.
사장님은 자신의 농사기술을 자랑스러워했고 그 밭에서 수확한 포도에 자부심도 컸다.
포도밭을 둘러보면 포도를 싼 종이 포장지 겉면에 당도측정한 날짜와 수치가 송이마다 적혀있다.
그래서 적정당도 이상의 포도만 수확을 해서 상품으로 내놓으니까 맛이 좋을 수밖에.
20 Brix라고 쓰인 봉투를 보았다, 후덜덜!
이 분들은 남의 손 안 빌리고 딱 부부가 일할 수 있는 만큼만 농사를 짓는 것 같다.
인성농장은 먹색포도 '켐벨'과 청포도 '샤인머스켓' 두 가지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난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샤인 머스켓을 좋아하는데 이 집 포도는 특별히 달고 식감이 탁월하다.
작년하고 똑같이 우리 아들에겐 실한 걸로 한 박스 보내주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포도를 여러 박스 챙겨 왔다.
사장님이 포도나무 묘목 한그루를 선물로 주셨다.
내가 포도밭 구경을 너무 열심히 했나 보다.
추석명절이 지난 후에도 포도 수확이 된다 하니 늦가을에 한 번 더 다녀올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