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여전히 똑같은 일상을 살아낼, 큰 계획을 세우다
어릴 적 초등학교 다닐 때 방학숙제에 꼭 들어있던 한 가지가 <생활계획표 그리기>였다.
방학이 시작되면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낼지, 시간별로 쪼개고 그린 동그라미 무지개 계획표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난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날인 줄을 인지했다.
내일부터는 2026년 1월 1일이다.
새해는 붉은말의 해, 병오년이라고 한다.
불의 에너지와 말의 역동성이 작용해 우리들의 큰 공동체에 활력이 솟고 두루 행복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수년 전 아이슬란드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이른 아침 초원의 말들이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숙인 채 오래도록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생각에 잠긴 듯 고요히 일출을 기다리는 그들을 보면서 사유하는 사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 지역 화가의 말그림을 샀다.
지금도 가까이 두고 가끔 들여다본다.
나의 생각도 들여다보자.
언제부턴가 난 계획 없이 새해를 맞는다.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계획인가?
그렇다.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를 하면 이렇게 묻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 어떻게 지냈어?"
난 이렇게 말한다.
"그때 하고 똑---같이 지냈어."
그랬다.
똑같이 지내는 평화로움, 가지런한 일상, 예측 가능한 나들이......
그래서 편안한 일 년이 또 지나갔다.
새해가 돼도, 즉 내일이 와도 나의 일상은 오늘과 마찬가지겠지.
이렇게 사는 게 늙은이의 삶인 것도 같다.
그래도 괜찮다.
아무것도 안 하는 일상은 아니니까.
나름, 하던 걸 그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계획이니까.
책 읽기, 글쓰기, 그림일기 쓰기, 라인댄스 배우기, 음악감상회 가기, 가사문학회 가기, 장구 배우기, 설장구 혼자 연습하기, 국악원 민요반 출석하기, 공연 보러 가기, 가끔 산에 가기......
이런 활동들이 나의 일상을 채워주고 있다.
우선 몸이 건강해야 하고 배우는 것과 구경하는 것에 흥미를 잃지 않으려면 정신도 건강해야겠다.
나에게 건강이 주어지는 날까지는 지금과 같은 일상을 지속할 수 있겠지만,
더 단순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그것 또한 받아들일 수 있겠다.
그렇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살아내고, 환경이 주어지는 대로 순응하려고 마음먹는 것이 새해를 맞는 나의 계획이다.
지금의 일상에 감사하고 욕심부리지 말자.
그런데,
젊은이들은 이러면 안 된다.
욕심내서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 무언가 되려고 마음먹어야 한다.
그리고 부단히 노력하고 실천해야 한다.
나만 지금 만족해도 된다.
부양가족 없고,
생계걱정 없고,
아직 건강한 나만!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