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쁜가, 안 바쁜가?

얼마큼 조밀한 일상이 바쁜 건지 나는 잘 모른다

by 화수분

도서관 창가에 앉아서 이 글을 쓴다.

길 건너 체육공원 언덕에 개나리가 하늘색과 어울리게 넘실거린다.

어제 내린 비가 땅과 꽃과 잎에 한층 생기를 얹어주었다.


오늘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어떤 숙제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내 노트북에 프로그램이 호환되지 않는 문제로 숙제는 미루고 이 글을 쓴다.

오랜만에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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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쁜가?

나는 바쁘다는 말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어느 정도가 바쁜 건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 난 게으른가?

이건 잘 판단할 수 있다.

난 게으른 편이다.

왜냐하면 해야 할 일을 미룰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들고 흘려보내는 시간이 많고 침대에서 꾸물대는 시간도 많다.

그래서 글 쓰고 책 읽는 시간, 계획했던 루틴을 실천하는 시간은 점점 가난해진다.


나는 은퇴중년 독거인.

애견인이지만 내 강아지는 없다.

3년 전에 16년 함께 산 강아지, 달래를 먼저 보내고는 진짜 혼자다.


나의 일주일은 이렇다.

월요일 - 오전 10시부터 평생교육원 라인댄스반에 간다.

7~8명의 여성회원들이 한 시간 반 동안 춤을 배우고 분식집에서 비빔밥, 새알팥죽, 수제비로 점심을 먹고 골목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는 또 장구 개인 연습을 하러 간다.

오후 3시 반부터 도립국악원에서 민요와 고법(판소리 반주)을 배우고 6시에 집에 간다.

춤과 장구를 배운 지는 10년이 다 되었다.


화요일 - 장구 개인 연습과 오후에 도립국악원 일정은 같다.

수요일 - 저녁 7시에 장구수업이 있지만 결석이 많다. 가끔 낮시간에 연습하러 간다.

목요일 - 한 달에 두 번 오전에 40분 정도 운전해서 호숫가에 있는 음악감상 카페에 간다.

클래식, 재즈, 가끔 영화감상도 한다. 여기도 8년째 이어가고 있다.

오후엔 도립국악원 민요, 고법반 수업에 간다.


금요일 - 장구 개인연습과 도립국악원 일정이 있다.

토요일 - 장구수업이 오전, 오후에 있다. 오전에는 빠질 때가 많다. 공연일정이 잡히면 더욱 열심이다.

일요일 - 한 달에 한 번 '규방가사' 공부하러 서당에 간다. 그 외엔 정해진 일정이 없다.


빈 시간에 살림하고, 책 읽고, 글 쓰고, 필사하고, 그림일기 그리고 쓰고, 화단 가꾸고, 등산가고, 요즘엔 나물 캐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장보고 김치 담고 나물 캐고 이런 것도 내게는 취미생활인 것 같다.

혼자 다 먹을 수도 없는데 즐겨 하는 걸 보니까 그렇다.

자연스럽게 지인들과 나누고 뿌듯한 기분이 들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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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써놓고 봐도 이게 바쁜 일상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아, 한 가지가 더 있네.

올해 편입한 사이버 대학, 강의 듣고, 숙제하고, 시험 보고......

2년간은 집중해야 할 일정 추가!


여기에 더 할 수는 없다.

그럼 그때부터 바빠지는 거겠지?

순전히 내가 만드는 일정이라 '지팔지꼰'은 곤란하겠지!


길 건너 공원에서 웃음 짓고 계단을 내려오는 청년의 미소가 참 싱그럽다.

도서관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그 발걸음에 봄향기가 물씬 밀려든다.

청년이여, 부디 현재의 시간을 길게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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