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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Sep 10. 2023

남해 설흘산행기(2023. 2)

- 하산길 다랭이논 좀 보세요!

철 지난 산행기를 이제라도 올려봅니다.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있는 글들을 때를 못 맞추더라도 매거진에 착착 쌓아놓는 작업을 의미 있게 생각하며 묵묵히 진행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새벽잠을 버리고 주섬주섬 챙겨 매고 뭉툭한 등산화를 신고 버스를 향해 10분을 막 걸었다.

꼭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리무진버스에 올라 일인석에 앉았다.

아직 차창밖은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창밖을 본다. 

심지어 유리창의 성에를 닦아내 본다.

무엇이 그렇게 보고 싶은가?


무념무상으로 일상을 떠나고 동네를 떠나가면 점점 나그네가 되는 기분이 든다.

아슴아슴 잠이 들려다 붉은 여명이 낮은 산등성을 물들이면 등을 곧추세우고 해를 기다린다.

리무진에 몸을 맡긴 너나 나나, 잠든 사람이나 눈 뜬 사람이나, 

깊은 속에 간직한 간절한 소망 하나 없으리!


구구절절 외우다가 하나라도 빠뜨리면 안 되지.

언제부턴가 좋은 수가 생겼다!

여행 중에 다녀가는 절간이거나, 성당이거나, 돌무더기 거나, 두 손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고

간단히 한마디로 청하옵건대.

萬事如意! 만사여의!


그런데 오늘은 좀 구체적으로 해에게 요청했다. 

산행도 안전하게, 사소한 풍경도 경이롭게, 가파른 경사도 가뿐하게 오르내리고, 다시 리무진에 올라 등산화 벗고 단잠 끝에 우리 동네에 도착하기를.




시작은 여기 선구마을에서



설흘산 정상



인접한 응봉산



하산길 가천마을 다랭이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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