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나이에도 심통이 남아서
난 지금 신바람이 안 난다.
이번 주말 저녁에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콘서트가 열리는데,
우리 팀이 주최하는 행사여서 모두 준비에 열심이다.
연습에 열중할 때까지는 좋았다.
원래 수업시간 외에도 약속을 잡고 모여서 맞춰보고 또 맞춰보고.....
막상 의상을 준비하면서 난 기분이 안 좋아졌다.
부모님이 내게 주신 몸뚱아리가 맘에 안 들었다.
무엇을 걸쳐봐도 맵시가 안 나서 춤출 기분도 달아나 버린다.
다른 회원들은 어떤 의상이든지 척척 걸치기만 하면 딱이구먼.
의상발이 큰 몫인데 울적해지는 기분을 숨길 수가 없구먼.
라인댄스복 파는 옷가게를 직접 가서 싹 다 훑어봐야겠구먼.
한나절 품을 버리고도 내게 맵시를 달아줄 의상을 못 찾았고,
휴대폰엔 주차위반 딱지가 날아올 것 같은 문자가 와 있고,
배알이 꼬여서 운전 중에 급ㄸ을 해결하러 마트에 가야 했다.
내가 의상 때문에 얼마나 더 울화통 터지는 노력을 해야 할까.
집에 와서도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일단 씻고 좌정한 다음 무릎에 얼음팩을 올렸다.
나를 식혀야 한다.
무슨 열정이 뻗쳐서 이 모양이란 말인가.
선선하니 되는 만큼 하고, 실수하면 웃고, 몇 분 즐기면 되지 않아?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쉬운 대로 하나 골라 로켓배송을 시켰다.
욕심을 버린다는 것!
큰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일상에서도 되새겨볼 일이다.
젊음에서 멀어진 현실을 알아차리는 것!
지나치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 나와 남에게 미덕이 될 듯싶다.
무릎에 올려놓은 얼음팩을 보면서 반성한다.
"적당히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