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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
15. '불안'이라는 파도에 몸을 맡기다
by
나무
Feb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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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
마흔 살을 달리 이르는 말이기도 하며
마흔 살부터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았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불혹을 넘은 이들에게 묻고 싶다
불혹을 넘겨보니
마음이 흐려지지 않으며 그 무엇에도 홀리지 않던가?
불혹을 넘어가고 있는 나로서는
여전히 마음이 흐려지고
세상일에 홀리던데
나만 그리고 나의 나이만 불혹인 걸까?
때때로 이러한 불안들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위안을
받으며 견디어내었다
내 나이 마흔에도 그랬다.
한 일도 없는데
마흔 해가 훌쩍 지나 버렸고,
되돌아보면 하얀 백지밖에 안 보이는데
그런 와중에도 갈 길을 재촉해야 할 것 같은 초초함,
그리고 마흔이란 나이가
왠지 내게 맞지 않는 옷 같다는 생각들...
삶에 있어 뒤를 볼 수 있는
작은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제야
비로소 느꼈던 것 같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우종영>
잠자고 있다가
문득문득 올라오는 불안들을
어떻게 하면 잠재울 수 있을까?
아이들을 올곧게 키우기 위해서는
더 더욱이
불안들을 잠식시켜야만 했다
나무처럼 살아가면 불안이 잠식될까?
라고 의문문으로 물었다
의무문으로 묻는 순간 이룰 수 없음을 안다.
빠르게
'
다짐
'
으로 바꾸었다
'
나무처럼
살아가보자'
이 의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으면서부터
자연을,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겨울이 되면 가진걸 모두 버리고
앙상한 알몸으로 견디는 그 초연함에서,
아무리 힘이 들어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 한결같음에서,
평생 같은 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애꿎은 숙명을 받아들이는 그 의연함에서,
그리고
이 땅에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 마음 씀씀이에게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삶의 가치들을 배운 것이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우종영>
바람에 흔들리는 날도
단단한 뿌리가 깊게 내린 듯 한 날도
비가 촉촉이 내려 추적 주적 한 날도
눈이 포근하게 쌓여 하얀 세상의 날도 있듯이
매일매일에 감사하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길목이었다
행복감과 평온함이
슬며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길목이었다
그런 길목에서 그가 손을 내밀었다
덥석 잡을 순 없었다
잡고 싶은 마음 한 구석에 또 다시 불안함이 밀려왔다
불안이라는 모험의 파도를 타고
잔잔한 호수로 안착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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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은 내가 만든다
저자
불혹이라는 나이를 넘고, 홀로 아이들을 양육하며, 사람을 통해 배워가는 일상들이 기억 저편으로 흩날리지 않도록 기억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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