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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글을 쓰다고 하니?

by 나무

대학교에 갓 입학하여 첫 남자친구는

복학생의 선배였고 오빠였다

오빠가 아빠 된다더니

그 오빠가 남편이 되고

진짜 아빠가 되었지만 헤어지게 되었다

만남부터 이별까지 모든 것을 한 남자하고만 하였건만

다시 혼자가 되었다

아이 둘에 다시 혼자가 된 것이다.


혼자가 된 후 여러 가지 일들 속에서

호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깊게 마음을 주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

그런 세월이 40년이 지나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 느끼는 이 모든 감정들이 소중하다

푸릇푸릇한 새싹 같은 이 느낌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의 순간들을 잘 간직하고 싶어졌다

글을 써 내려가면서 감정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켜켜이 또 한층 켜켜이 잘 쌓아놓고 싶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야 첫사랑을 하는 듯하다


슬그머니 그에게 이야기한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말이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떠오르는 작가가 있다고 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손에게 꾸준히 놓지 않는 것 중에 하나다

누군가에게 책 선물 받는 것은 그 사람의 세계를 선물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세계를 선물 받았다

얼마나 많고 방대한 지식이 있으면 이렇게 단번에 추천할 수 있는 걸까?

초등학교 시절 백과사전도 책인 줄 알고 몇 번을 읽었다던 그 남자!

백과사전도 섭렵한 힘에서 나온 걸까?


전화기 너머로 책을 이야기하며

책을 주문하고 있었던 이 남자!

과히 매력적이다

겉의 매무새가 슴슴하여 큰 기대가 없었던 이 남자에게

다른 모습들이 보일 때마다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이다.

위아래를 돌기도 하고 360 도를 회전하면서 다른 세상을 보듯 이 남자의 세계에

점점 발이 깊숙이 걸어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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