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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피오 섹슈얼

by 나무

가정생활이 흔들리면서

잠을 마음 편히 이룰 수 없었다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으니 뿌연 안갯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너무 힘들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지만

스스로 용납할 수가 없었다

또한 약에 의존하다 그 의존성이 꺼질까 봐 두렵기도 하였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한 끝에 몸을 정신없이 괴롭히기로 결론을 내었다


작은아이 낳고 6개월 되던 때부터 새벽 수영을 하긴 하였지만

잠을 이루기엔 역부족이었다

새벽수영뿐만 아니라 저녁에도 운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자연스럽게 운동하는 사람들 속에서 지냈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인연이 된다면

같이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되었다

클라이밍한던 시절

특히 클라이밍운동할 때

커플이 서로서로 빌레이가 되어주면서

운동하는 모습들이 너무 예쁘고 부러웠다

좋은 인연이 있길 바랐지만

야속하게도 하늘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운동을 하면서 자신을 뽐내기 위한 수단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목적과 방향성을 잃은 운동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느껴졌다


마라톤을 한다는 그에게서 특별히 멋있음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그가 멋이 없다는 것보다는 마라톤이라는 운동이 멋있게 다가오지 못했다

목적과 방향성을 잃은 운동들이 독이 됨을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멋을 찾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운동하는 모습에서 멋있는 모습을 찾을 수 없어서였을까?

인연이 되려고 그런 것일까?

괜찮은 사람이니까 본능적으로 다른 곳에서 매력을 찾고 싶었던 것일까?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매력은 해박한 지식 속에 있었다


무엇을 물어보아도 막힘이 없을 뿐만 아니라

와인을 사랑하는 그 남자는

와인을 선물할 때도 와인을 마실 때에도

그 와인에 대하 충분한 설명을 곁들어주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와인에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그 어떤 사랑노래보다도 잔잔하게 들려온다

그 잔잔함 속에 섹시함을 슬며시 흘러나온다

와인에 살짝 취기가 올라오면서

그를 빤히 바라보는 행동에

이 남자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찾는다

그런 모습에 또다시 귀여움을 느껴 빤히 바라본다

얼굴이 발그레 달아져 오른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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