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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내 안에 작은 아이와의 마중

by 나무


사람의 감정은 정확히 전달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억지를 쓰고 말이 안 되는 것들을 앞뒤로 갖다 붙여서 이야기해 보았지만


타인 역시 내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를 느끼고 있었다


억지를 부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타인은 나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첫 생일이라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자신 때문에 망친 거 같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결국 나 자신 스스로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됨을 알고 있다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진 못하더라도

정리가 안된 나뭇가지들처럼 이리저리 마음을 쏟아내진 말아야 한다



바닥을 바라보며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 가고 있는 이에게서

또 하나를 배운다



1남 3녀 중에 맏이이고 늘 맏이 다운 모습을 보이며 자랐기에

오랜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안에 있는 아이는 아직도 매우 어려서

때론 어리광을 부리고 싶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서라도 사랑받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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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의 어린아이를 처음 만나게 되어서 불편하였다

나의 어리고 유치하며, 어지러운 감정들이 매우 낯설었다

어색하기도 하고 널빤지처럼 널뛰는 기분이 반갑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나부터 인정해 줘야 했다



동시에 드는 생각들은 나의 아이들이었다

마흔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런 어린아이가 크지 못하였는데

대학생이 된 아들과, 고등학교 2학년의 딸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 어린아이가 있을 것이다.

더 어린아이들이 더 이상 혼자 울지 않도록 엄마의 이름으로 돌봐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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