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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혼한 엄마는 연애하면 안 되는 걸까?

by 나무


이혼은 부모의 선택이지 아이들의 선택이 아니다.

그렇기에 홀로 아이들을 잘 키워내야 한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때로는 무겁게 나를 짓누르기도 했다.

경제적인 활동과 더불어 집안일을 하며 생활해 나간다는 것은 시간이 여유롭지 못함을 뜻했다.

하고 싶은 일이나 즐기고 싶은 일들은 다 뒤로 미뤄야만 했다.

아니, 그래야만 엄마 노릇을 잘하는 것이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할 때는 여자의 삶을 생각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문득 여자이고 싶을 때가 생기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모른 척하며 그런 감정을 밀어내곤 했다.


한 사람과의 연애와 이혼을 동시에 경험한 나로서는 연애라는 것이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 여겼다.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끔 상상해보곤 했다. 만약 다시 연애를 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을 원할까?

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결국 딱 두 가지만은 확실했다.

책을 가까이하는 남자


운동하는 남자


그 남자가 있음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이미 짐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이었고, 그뿐만 아니라 내가 존경할 만한 면이 많았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분자분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 시간의 흐름조차 잊을 정도였다.


그와의 시간이 깊어지면서,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순간이 찾아왔다.

나의 딸이 그런 남자친구를 만나면 좋겠고, 나의 아들이 연인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나와 그는 어른다운 사랑을 하고 있는 걸까? 가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그리고 어른다운 연애와 어른의 행동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서로 노력하기도 한다.


아빠가 없는 빈자리를 채워줄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은 마음이 모여든다.


이혼한 엄마도 사랑할 수 있다.

사랑받아도 된다.

그리고 그 사랑이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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