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인 딸이 대학 입시를 앞두고 나에게 묻는다.
"사람들이 정해놓은 루트대로 살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내가 틀린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해?
그리고 세상이 나를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볼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는 살면서, 특히 딸 또래였던 시절,
이렇게 깊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없었다.
딸이 이야기하는 ‘정해진 루트’대로 살아온 장본인이 바로 나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아왔다.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했고,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부모의 그늘 아래에서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의심하지도, 질문하지도 않았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내 딸은 다르다.
그런 질문을 할 정도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엄마로서 대견하면서도,
그런 엄마 밑에서 이렇게 잘 자라준 딸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묘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이혼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나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계속 곱씹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억울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끝없는 질문 속에서 내 마음은 점점 늪으로 빠져들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온몸을 휘감고,
결국 나를 잠식시켜 버렸다.
그때부터였다.
하루를 정리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매일 "감사하다"라는 말로 끝맺음을 맺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억지 같던 감사가
어느새 내 삶을 바꾸어 놓았다.
이전에는 ‘이혼’이라는 두 글자가
가슴을 후벼 파는 고통스러운 단어였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이 단어는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나를 살리기 위해 왔다는 것을.
삶을 진지하게 마주하도록,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도록,
그리고 세상에 감사함을 깨닫도록,
그렇게 그 단어는 내게로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