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머리카락 너머의 이야기

by 나무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
처음부터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 역시 그랬다.
처음부터 지금처럼 나의 업을 사랑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일이 참 많은 행복을 가져다준다.




처음 디자이너 시절엔, 나이에서 오는 너스레로 초보 티를 감추기 바빴다.
시간이 흐르고 실력이 쌓이면서, 나도 조금씩 애벌레의 허물을 벗듯 초보의 느낌을 벗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흔히들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외모에서 오는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학자들도 그런 유리함을 인정한다.
하지만 정말 머리에 컬러를 입히고, 모양을 예쁘게 만든다고 아름다움이 완성되는 걸까?

그런 의문을 안고, 나는 내 업에서 더욱 성숙한 아름다움을 찾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른 아름다움’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미술관에서, 뮤지컬에서,
단지 모발이 주는 이미지가 아니라
‘전체적인 조화’가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지 메이킹, 컬러 이론, 모발 생리학 등
다양한 공부를 시작했다.




진짜 아름다움을 탄생시키기 위한 공부였다.
그리고 그 공부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 질문을 나는 늘 마음에 품고 산다.




이제 마흔 중반.
16년째 같은 일을 해오며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건강한 삶 속에서 피어난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이 건강하고,
정신이 건강해야 비로소 자신을 돌보는 진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나부터 노력하게 되었다.
건강한 삶을 실천하고, 아름다움을 몸소 살아내려는 습관이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그렇게 사는 모습은 나의 아이에게, 또 그 아이의 아이에게
무언가 유산처럼 전해졌으면 좋겠다.

큰 재산을 물려주진 못해도,
삶을 대하는 태도,
행복을 찬양하는 부모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 값진 유산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삶을 고객들과도 나눈다.
좋은 기운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고객들은 종종 말한다.




“커트하러 왔다가, 인생을 배우고 갑니다.”
“머리 하러 왔다가, 힐링하고 돌아가네요.”
“선생님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말들에 나는 기쁘다.
그 말이 ‘칭찬’이어서가 아니다.

가위를 잡고 커트하면서,
대화를 통해 마음까지 다듬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진심으로 행복하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나를 잊지 않고 매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발걸음 속에
감사함과 성취감을 느낀다.




지금 나는,
몸과 마음을 함께 다듬는 이 직업 속에서
진정한 헤어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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