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설렘과 눈물사이

by 나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감정,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출근했다.
식사시간 전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밥 한 숟가락을 뜨는 순간, 눈물이 앞을 가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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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의 평범한 점심시간을 떠올렸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수다와 함께 식사를 마친 뒤, 우아하게 스타벅스로 향하는 일상.
향긋한 커피를 들고 느긋하게 걷는 그 시간이, 내겐 '보통의 날들'이었다.

근무지가 바뀌었기에 풍경이 다를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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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숍을 다녀보기만 했지, 그 안의 일상을 상상해 본 적은 없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반짝이던 미용실.
그 뒤편엔 수많은 손들이, 땀이, 숨소리가 있었다.
그 일이 이제 내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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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엔 대부분의 헤어숍에 직원실이 없었다.
지금도 많은 곳이 그렇다.

직원들의 식사는, 약제실 구석에서 배달된 반찬과 국을 앞에 두고 짧게 해결하는 구조였다.
그날도 약제실 한켠에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 공기 중에 떠다니던 하얀 가루의 정체는,
탈색약이었다.



염색약을 바르고 30분 동안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디자이너들은 약제실에 들락날락하며 약을 조제했고,
하얀 가루들이 흩날렸다.

그건 마치 국에 양념을 뿌리듯 흩날리는 탈색약과 함께 밥을 먹는 기분이었다.



처음 보는 풍경이 충격적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나만, 혼자만, 낯설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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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을 억지로 입에 넣으려는데 눈물이 자꾸만 흐르려 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기름 없는 차에 억지로 주유하듯, 억지로 쌀알을 삼켰다.

그렇게, 나의 첫 시작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하루를 버티고 나니,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나는, ‘진짜 헤어디자이너’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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