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일까? 20대엔 혼자라는 시간을 외롭다고만 느꼈었다. 혼자일 때는 누군가를 불러 시간을 보내려 했고, 주말에 약속이 없는 걸 참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혼자인 시간을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시간이 나는 좋다. 멍 때리는 것도 좋고, 밀린 드라마를 보거나 예능을 보는 것도 좋다. 혼자서 커피를 홀짝이는 것도 좋고, 책을 읽는 것도 좋고, 청소하거나 요리 하는 것도 좋다. 알고 싶었던 것들을 검색하는 것도 좋고, 잠을 자는 것도 좋고, 혼자서 운동하는 것도 좋고, 혼자서 쇼핑하는 것도 좋다. 이런 혼자의 시간을 즐기지만 아직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혼자 여행하기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 혼자 여행하기. 그 누구의 간섭이나 규칙 혹은 눈치 없이 자유롭게 하는 여행. 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아직은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혼자 여행하기다. 혼자가 되어 철저히 외롭다 느껴 보는 것. 하지만 혼자가 되었을 때엔 그 자체에 심취해 외롭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나는 그런 시간들이나 순간이 좋다. 물론 지금은 온전히 혼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당신이 특별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당신이 한 일들이 증명해 줄 것이고. (102)
세상 흔한 것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남들 다 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나만 할 수 있고,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하다. (217)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사랑의 꼴도 다르다. 누구를 사랑하느냐에 따라 내가 얼마만큼의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 또한 누구를 어떻게 떠나보냈는지가 남은 사람을 입체적으로 성장시킨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 (230)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삶에 나는 반대한다. 우리가 눈물을 흘리면서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이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사는 삶 보다 훨씬 더 쉽다는 것도 알게 된다. 눈물은 막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270)
아직 젊은 아이들에게 친구는 절대적이다. 친구를 좋아하고 친구와 지내는 시간을 사랑한다. 나 역시도 그 나이 때에는 그랬으니까. 하지만 아이들도 언젠가는 혼자인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견뎌야 하고, 그 시간에 익숙해질지도 모른다. 그 시간이 오면 온몸으로 기쁘게 맞이하면 좋겠다. 혼자인 시간을 사랑할 줄 알면서.
혼자라는 시간은 단순히 멍 때리는 것도 있지만 천천히 나 자신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잡다한 생각이 꼬리를 물기도 하지만 결국 혼자인 시간이 길어지면 나에게 집중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가 뭘 싫어하는지. 사실 나도 혼자인 시간에 익숙하거나 오래 집중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점점 혼자인 시간에 익숙하고 그 시간 자체를 즐기려고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어떤 삶을 살아야 내가 행복한 것인지, 나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지 내 안의 소리를 듣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