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하는 건 언제나 삶을 생각하는 일이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 올릴 거야 (조수경 작가)를 읽고

by 꿈에 날개를 달자

사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까. 가끔은 생각한다. 죽음의 시기를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살아가는 것. 계속해서 연명치료를 하는 것.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살고 싶지 않다. 내 식구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호흡기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것. 나는 이것 만큼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그 또한 슬프다. 나이가 드니 가끔 원치 않는 소식을 들을 때가 있다. 친한 언니의 남편이 폐암 3기라는 것, 또 다른 지인의 남편은 사고사로 갑자기 돌아가신 것. 그 두 분 모두 이게 겨우 50대 초 중반이라는 사실.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에 씁쓸하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삶이란 어떤 것인지. 누군가는 죽도록 살고 싶은 세상이 누군가는 미치도록 죽고 싶은 세상이라니..


서우는 엄마를 설득해 안락사 센터에 입소하게 된다. 서우는 방에 틀어박혀 오랫동안 밖에 나오지 않았고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서우는 사는 게 고통스러운 어른이 되었다. 안락사 센터에 입소하게 된 서우. 서우에게 내려진 처방은 한 달 동안 죽음에 대한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약을 받아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죽기 위해 들어간 센터에서 같은 방 룸메이트 태한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사랑했던 반려견 또또의 죽음을 목격한 양지는 죽음 자체에 대한 공포가 심하다. 한 여사는 늙어가는 자신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향수로도 가릴 수 없는 늙음의 체취에 삶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기러기 아빠였던 손형. 그의 가족은 깨졌고, 그래서 삶을 마감하려 한다. 외톨이였던 민아와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으로 삶을 마감하려는 연우까지.


이들은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고통스럽다. 어떤 사연이든 다 아프고 슬프다. 누군가는 고작(?) 그런 걸로 죽음을 택하느냐 말하지만, 고통은 표준이라는 게 없다. 내 고통이, 내 아픔이 세상에서 제일 크게 느껴진다. 신은 내가 이길 수 있는 고통만 준다고 하는데 모두에게 해당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알약을 삼키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것. 그렇다면 합법적인 자살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세상이 와도 무섭다. 흔히들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는데 삶은 삶대로 힘들고, 죽음은 죽음대로 죽음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흔히 이렇게들 말한다.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해줄 사람도, 언제나 서로의 편이 되어줄 사람도 가족이라고.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사람도, 설득하기 힘든 상대도 알고 보면 모두 가족이다. (27)


고통의 정도에는 표준이라는 게 없는 거야. 타인의 고통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고. (29)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이들은 죽음에서 조차 선택의 폭이 좁았고, 어떤 면에서는 그들이 가진 유일한 것마저 내놓을 수밖에 없게끔 강요당했다. (40)


젊은 아이들이 죽음을 생각하는 것. 솔직히 이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그 또한 우리의 의지대로 할 수 없기에 젊은 친구들의 죽음은 더 아프고 슬프다. 엄마에게 안락사 센터에 가고 싶다 말하는 아들. 그런 아들을 봐야 하는 엄마는 어떤 마음일까? 어떤 모습이든 좋으니 그냥 살아만 있어 주길 바라지 않을까? 안락사 센터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아들을 엄마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냥 살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새겨진 상처가 무엇인지 모른 채. 아이가 어떤 아픔을 갖고 죽을 생각을 하는지.. 아들이 엄마에게 모두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이가 아파했을 시간. 혼자 아파했을 시간을 상상하는 게 고통스럽다. 읽는 내내 마음이 텅 비어버린 것 같다. 내 아이가 이렇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나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죽음을 생각하는 건 언제나 삶을 생각하는 일이다.” (책날개)

삶과 죽음. 죽음이 있기에 삶은 더 찬란할 수 있고, 더 열심히 사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는 건 여전히 힘들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건 언젠가는 나 역시도 죽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죽도록 힘들어하고 아파한다면, 다양한 형태로 죽음을 생각한다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삶과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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