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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가족이 때론 너무 먼 당신이라는

식물들의 사생활(이승우 작가)을 읽고

by 꿈에 날개를 달자

텔레비전에서 말하는 가족은 모두가 화목한 모습 하나지만 내가 읽고 보는 가족은 모두가 같은 모습이 아니다. 화목이라는 이름의 가면. 우리는 가족 하면 화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만 실제 ‘우리 집은 화목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가족은 많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화목하지 않은 가정을 우리는 창피하다고 생각하지만, 화목하지 않은 가정이 과연 창피한 일일까? 가족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서 화목하지 않은 모습만 보고 저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집에는 우리 집 만의 스토리가 있다. 그 안에서 화목을 만날 수 있고, 격정을 만날 수 있으며, 악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4시간, 365일. 매일이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은 있을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름의 사연 속에서 화목을 만들어 갈 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가족이 때론 너무 먼 당신이라는 것. 하지만 그 안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간다면 그들은 화목한 가족이 되는 것 아닐까?


언제나 형과 비교가 되었던 나.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다. 형과 비교되는 삶이 싫어서 집을 나와 살고 있다가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집안의 태양 같은 존재. 형은 군대에서 두 다리를 잃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형에게는 아름다운 여자 친구 순미가 있었다. 하지만 두 다리를 잃고는 한 달에 한번 어머니에 이끌려 사창가를 헤매는 신세가 되었다. 정확히 4 식구. 아빠와 엄마 그리고 형과 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대화도, 사랑도 없다. 집을 나가 있는 동안 심부름센터에서 일을 했던 나는 집에서 사무실을 차린다. 그리고 들어온 첫 번째 일은 엄마의 행동을 보고해 달라는 의뢰. 엄마의 행동을 감시하다 우연히 알게 된 어머니의 과거. 평생 어머니의 마음을 지배했던 남자 그리고 그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그리고 형과 나. 그들은 과연 각자의 사랑 방식에 순응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방식을 수학 공식처럼 배웠다면 우리는 사랑이 좀 더 쉬웠을까?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우리는 흔히 남녀 간의 사랑을 사랑의 최고봉이라 생각하지만, 사랑은 어떤 색을 가지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 같다. 연인 간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친구 간의 사랑과 형제자매간의 사랑. 그 모든 사랑이 짝대기에 맞게 같은 방향을 지시했다면 그들의 사랑이 보다 수월했을까?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는다. 모두가 다른 방향으로 다른 시선으로 사랑을 한다. 다른 방향을 향한 사랑이기에 이들은 사랑이 힘들다. 오로지 그 사람만 바라보지만 그 사람은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이젠 억울하다고, 같은 방향을 바라본 세월이 아프다고 말하면 좋을 텐데 아무도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사랑을 한다. 그렇게 몇 천 년이 흘러도 좋을... 그런 사랑은.


어찌 보면 미련하고 어찌 보면 답답하고 어찌 보면 그 심지 굳음에 감탄을 자아내지만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나 아플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식물이 뿌리를 내리 듯 자신만의 사랑을 하는 그들이 위대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사람들의 사랑이 아프다. 이 세상 얼마나 산다고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다 늙어가는 것일까? 그럼에도 이들의 사랑이 숭고한 이유는 그 뿌리 깊음이 흔들리지 않아서 일 것이다. 어떻게 사랑해야 태풍이 부는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것일까? 얼마나 사랑해야 그 마음을 간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일까?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인생이 있고, 각자의 인생을 자신의 방식대로 메워나간다. 어떤 인생이 잘 살았다고 우리 식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처음엔 이 가족이 콩가루라고 생각했다. 뭐 이런 가족이 다 있나 싶었다. 가족이라는 틀만 가진 가족.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아픔이 있다. 그 아픔을 가족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그들 앞에 나는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다행이다... 하고 숨을 죽인다.


이승우 작가의 책은 다 좋았다. 이런 문장을 쓰는 작가를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문장이 가진 매력이 어떤 것인지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문장들이 화려하지 않지만 간결하고,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좋은 문장을 만나는 즐거움. 이런 즐거움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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