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북클럽 (박현희)를 읽고
책이 내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냐고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까? 책이 좋아 읽었고,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이 좋아 책을 곁에 두었다. 책을 읽었다고 해서 예전의 내 인생과 얼마나 달라진 인생을 사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이거다’하는 건 없다. 그럼에도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수시로 떠오르는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렇게 고민하고 살아야 하는지?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왜라는 질문. 그 질문들로 인해 나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상황 자체가 나는 즐겁다. 이런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아이들이 느끼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만약 아이들이 초등학생이거나 중학생이라면 꼭 같이 읽고 싶은 책이 있다. 바로 ‘수상한 북 클럽’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 4명. 이들 모두 ‘수상한 북 클럽’에 초대된다. 물론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곳에는 수상한 주인장이 있고, 4명의 아이들이 있다. 신영고 1학년 짱 장영주. 그녀는 선배들과 싸움에서 날개가 꺾였고, 만년 전교 2등 윤정환은 기말고사 시험에서 백지를 냈다. 한때 축구를 했지만 지금은 부상으로 인해 운동을 접은 박민석과 자신의 뚱뚱한 외모를 놀리는 아이들을 향해 식판을 엎어버린 김의영까지. 이들은 1년 동안 매달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을 나눈다. 책과는 거리가 먼 이들은 이 ‘북 클럽’을 잘 이끌 수 있을까?
줄거리를 나열하고 그에 대한 느낀 점이 아닌 ‘가장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뽑아 표시하는’것으로 북클럽은 시작한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 자체가 흥미를 끈다. 요즈음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게 힘들다고 하지 않았던가. 늘 엄마가 아이의 생각을 대변하는 세상이니,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이런 방식의 수업 형태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학부모들은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
나도 한때 논술 수업을 진행했었다. 책을 읽고 좋아하는 문장을 쓰고, 그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이런 기본적인 수업이 개인이 아닌 학교에서 진행된다면 학부모들은 싫어할까? 이렇게 하는 시간에 하나라도 더 공부를 해야지, 진로를 선택하고 진로에 맞게 책을 읽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어차피 아이들은 부모가 정해준 길로 바르게 가면 되는 것이지 왜 아이들에게 이상한 생각을 하게 하냐고. 사람 사는 방식이나 생각이 모두 다르니 어떤 것도 정답이 없다. 각자의 정답을 찾아갈 뿐.
이 책의 주인공들, 정영주, 윤정환, 박민석, 김의영은 원치 않았지만 책을 읽는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프랑켄슈타인, 제인 에어, 자기 앞의 생,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와 연애 소설 읽는 노인, 복스, 모모, 달과 6펜스, 첫사랑, 멋진 신세계, 파이 이야기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마음에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분다. ‘어떤 이는 외로움을 외면할 것이고 어떤 이는 외로움을 다른 방식으로 이겨낼 것이다. 주인장은 우리에게 외로움에 대처하는 지혜로운 방법 하나를 가르쳐준 것이다. 책은 항상 우리 곁에 있고, 우리를 항상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 줄 테니까. 그게 우리에게 먹혔던 것은 주인장도 사무친 외로움을 책으로 달래며 다시 일어선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297)
책을 읽는다고 우리의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 극적으로 변화되지도 않는다. 갑자기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살이 갑자기 빠진 것도 아니고 시험 스트레스가 없어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상처투성이인 자신과 대면하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가고, 들어다 보기도 한다. 유리 멘털이 조금 단단해지기도 한다. 하루아침에 아이가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조금씩 그렇게 단단해지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뿐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도 가능성이 많은 아이들이다.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우리 아이들에게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기다리고 지켜봐 주기, 그리고 필요한 것이 있다고 말할 때 도와주는 것. 부모라는 어른이 아이들에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닐까?
꼭 책이 아니어도 자신의 상처에 다가가고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 인생은 그런 것 같다. 나는 그 방법을 책에서 찾은 것이었고. 우리 모두 그런 방법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런 북클럽이 있다면 성인이 된 울 아이들도 보낼 의향이 있는데 말이다. 아니 이런 북클럽을 만들어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