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by 꿈에 날개를 달자

격렬히 아무것도 안 하고 살면 안 될까?

내 인생 전부를 통틀어 처음으로 내 주변을 돌아보며 살고 있다.

10대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내 마음대로 뭘 할 수 없었고, 진로 또한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던

암울하고 아팠던 시절이고,

20대는. 회사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하루 4시간 이상을 자 본 적 없는 극기와 같은 시절이었고,

30대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은....

홀시어머님과 위아래 층으로 살면서

맏며느리로써 아이 키우는 것, 먹는 것, 행동하는 것, 제사 지내고, 김장하는 것과 생활하는 모든 것에

바짝 긴장하면서 살았고, 지금도 자유롭다 말할 수 없다.


29살에 결혼해 전업주부 20년.

누군가는 나에게 팔자 편하게 전업주부 하면서 뭔 유세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전업주부는 내 의지가 아니었다.

남의 손에 당신 손자가 클 수 없다고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해서 나는 직장을 그만뒀다.)

시어머님과 같은 건물에 살면서 전업주부는 음......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원하지 않는 전업주부를 했고, 이제 어느 정도 아이를 키우고 나니

집에 있는 내가 어느덧, 집에서 놀고(?) 있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사실 누구도 나에게 이제 아이가 컸으니 나가서 돈을 벌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여전히 시어머님과 같이 살고, 심지어 남편은 지방에 있다.

남들은 3대가 덕을 쌓아야 주말부부를 한다는데

나는 그 좋은 주말부부를.. 시어머님과 같은 곳에 살면서 하고 있으니.. 이것도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


전업주부 20년을 너무도 치열하게 살았다.

그래서 정말이지 아무것도 안 하고 운동하고 책 읽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고 싶다.

남편에게 장난처럼, '당신은 할 수 있을 만큼 직장 생활하고, 나는 그냥 이렇게 조용히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고 싶어. 아니 그냥 놀고 싶어.' 이렇게 말하니 그러라고 한다.

내가 '근데 노후는 어쩌려고? 빚이 산더미 구만.' 이랬더니 그 또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괜찮기만 할까?


그럼에도 딱 1년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정말이지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늦잠 자고 싶고, 삼시세끼 무시하고 싶고, 하루 종일 누워있고 싶다.

집안일 손도 대고 싶지 않고,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싶다.

언제쯤이면 그게 가능할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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