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재 누려야 할 것들을 '다음에' 란 말로 무시하는 사람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대입 준비를 할 때는 모든 생활을 대학 입학에 맞춰야 하기에
노는 것도 쉬는 것도 친구를 만나거나 여행 가는 모든 것을 다음으로 미뤘고
대학에 가서는 등록금 마련과 장학금을 위해 그때 누려야 할 것을 다음으로 미뤘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서는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현실의 일부를 무시했던 것 같다.
그때는 행복도 목표를 이룬 뒤 맛볼 수 있는 것이고,
기쁨도 어떤 성취가 있을 때만 느끼는 거라 생각했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내가 목표하는 고지가 보일 것이고
그 이후부터는 행복한 감정이 매일 충만할 줄 알았다.
하지만 행복은 습관이더라.
행복한 습관을 들이지 못한 나는 행복의 감정이 뭔지 모르고 그냥 바쁘게 만 살았다.
바쁘게만 살면 언젠가 행복이라는 녀석이 찾아올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러나 이젠 안다.
행복도 습관이라 매일 한 줌씩, 많이도 아니고 한 줌씩 행복하겠다 마음먹어야 하는 거라고.
그래야 매일 행복이 찾아오는 거라고.
오늘 작은 아이가, 내가 해준 삼시 세끼를 맛있게 먹어 행복했고,
공방에서 큰 아이 줄 가방을 만들어 행복했고,
공방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가을을 만끽할 수 있어 행복했고,
매일 만보를 걸을 수 있어 행복했고,
주말 부부인 우리, 내일은 남편이 서울로 오니 행복하고,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하다.
매일 많이도 아니고 한 줌씩만 행복하자.